스포츠조선

디자이너들이 표절 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5-09-08 14:40


중국 방송 속 윤은혜, 윤은혜가 착용한 의상이 문제가 된 옷이다

걸그룹 출신 배우 윤은혜가 아르케 윤춘호 디자이너의 2015 F/W 의상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가운데, 국내 디자이너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패션계 만연한 표절 복제품 문제가 근절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패션디자이너협회 신장경 부회장은 지난 7일 스포츠조선에 "패션계에서 카피 문제는 비일비재해왔다. 또 다시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이 안타깝다"라며 "많은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디자인이 동대문에 카피해 깔려있는 것을 보고 분개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이번 일로 패션계 카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근절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 부회장은 "현재도 송승렬 디자이너의 프린트를 대기업에서 카피한 문제로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윤춘호 디자이너가 법적 대응을 하게 된다면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전해왔다.

이번 사태와 관련, 윤춘호 디자이너가 SNS를 통해 분노의 감정을 표출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대다수 국내 디자이너들은 표절 카피 문제에 예민하다. 대다수의 국내 디자이너들이 그동안 표절 문제로 앓아왔으며, 또 영세한 1인 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에 긴 시간과 돈이 소요되는 법적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디자이너들은 3월 F/W 디자인을 컬렉션에서 선보이고, 10월 S/S 디자인을 선보인다. 이렇듯 시즌을 앞서 디자인을 선보이고 나면 옷이 출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그 사이 이미 복제 상품이 바로 동대문에 깔리거나 패턴이나 프린트르 그래도 베껴 내놓는 일이 허다하다. 한 디자이너는 매장에 와서 옷을 사간 다음 카피를 한 뒤, 일주일 만에 환불하는 비양심적인 업자들도 있다며 분개했고, 심지어 대기업에서도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카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보니 직업적인 회의감마저도 느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윤춘호 디자이너가 지난 3월 서울컬렉션에서 선보인 의상. 사진제공=서울패션위크
패션디자이너연합회 이재경 변호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일 스포츠조선에 "패션의 경우 표절 판정을 하는 공적인 기관이 없다. 따라서 표절에 대한 판단은 법원에서 할 수밖에 없는데 국내의 경우 저작권법 상의 보호가 현행법상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표절이 문제가 된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다른 사업자의 영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행위를 단속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하지만 표절 판정을 법원에서 하려고 하면 소송을 제기한 이후부터 종료까지 적게는 10개월 많게는 그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패션은 순환이 빠르다보니 소송이 종결될 때 쯤에는 이미 도용에 따른 피해들도 종결됐다. 따라서 상당히 비효율적이다"라며 "그러다보니 도용, 표절에 대해 디자이너들이 상대적으로 약자에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국내 위조상품 단속 실적이 880억원으로 집계됐다. 감시망을 피해가는 복제품 제작 및 유통까지 더한다면 피해액은 훨씬 거대한 규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패션계 전반에 '복제 불감증'이 만연해있는 상황. 하지만 피해자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섰다며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할 때가 왔다는 것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이 같은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아닌 중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들로 이뤄진 제3의 독립적인 기구를 설립해, 이를 토해 신속하게 파정하고 처리해야 한다"며 "외국의 경우에도 법원이 아닌 이 같은 기구를 통해 대체해결을 한다"고 말했다.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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