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사이드' 한효주·천우희, 충무로 빛낸 청룡의 女優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9-08 08:14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쌍천만 한국 영화 '암살'과 '베테랑'. 그 거센 흥행 물결 사이에서 잔잔한 파도처럼 성실하게 스코어를 쌓아가고 있는 영화 한 편이 눈에 띈다. 올 여름 극장가의 유일한 멜로영화, '뷰티 인사이드'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이 영화는 6일 기준 누적관객수 179만 명을 기록하며 일일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흥미로운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이 조화된 잔잔하지만 뒷심이 있는 흥행세다.

자고 일어나면 모습이 바뀌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의 이야기. 한효주와 21명의 배우가 호흡을 맞췄다. 이들 21명 중에는 반가운 얼굴이 있다. 천우희다. 한효주(28)와 천우희(28).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갈 동갑내기 두 여배우가 하나의 스크린에 담겼다. '뷰티 인사이드'는 두 배우의 성장과 존재감을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한효주는 어느덧 확실한 존재감을 지닌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등장만으로도 스크린에 감성을 불어넣으며 분위기를 장악한다. '멜로퀸'이란 수식어가 당연하게 느껴진다. '뷰티 인사이드'는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성별, 나이, 심지어 국적이 다른 배우들과 연기하면서도 마치 한 사람과 호흡을 하는 듯 일관된 감정을 유지하고 스스로 그 감정을 조율해야 하는 난해한 역할. 혼란스러울 상황이었지만 한효주는 자신의 역할을 흔들림 없이 충실하게 소화해냈다. 특수한 상황으로 인한 갈등 안에 사랑의 보편적 감성을 녹여내는 연기가 단연 돋보였다.

천우희는 21분의1, 그 이상의 존재감을 유감 없이 보여줬다. 겉모습이 바뀌는 바람에 사랑하는 여자에게 더는 다가갈 수 없는 남자. 그럼에도 자신에게 숨겨진 비밀을 고백해야 하는 남자의 고민과 간절함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데 있어 천우희라는 배우는 최상의 선택이었다. 천우희는 짧은 등장만으로도 남자가 지닌 사랑의 깊이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힘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해 열린 35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오른쪽)가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년도 수상자 한효주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4.12.17
명장면을 함께 완성한 한효주의 천우희의 만남. 그 뒤에는 같하고도 귀한 인연이 있다. 지난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두 배우는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주고 받았다. 2013년 영화 '감시자들'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던 한효주가 2014년 시상식에서 시상자 자격으로 '한공주'에서 열연한 천우희를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했다. '뷰티 인사이드'를 준비하던 중 천우희의 노미네이트 소식을 듣게 된 한효주는 누구보다 간절하게 천우희의 수상을 바랐다. 천우희는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가, 수상자 이름이 적힌 봉투를 뜯던 한효주가 살짝 놀라는 모습에 스치듯 처음으로 '혹시' 하는 예감을 느꼈다는 후문.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수상에 무대에서 말을 잊지 못한 채 얼떨떨한 표정으로 하염없는 눈물을 쏟은 천우희, 그리고 그런 천우희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누구보다 진심으로 기뻐해준 한효주. 두 사람의 우정이 있어 수상의 감동은 배가됐다.

'뷰티 인사이드'에서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장면은 청룡영화상 시상식 바로 다음날 촬영됐다. 수상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이었지만 사인이 떨어지자 중심을 단단히 세우고 극에 몰입한 두 배우는 가히 최고의 앙상블을 완성시켰다.

'뷰티 인사이드'를 통해 친구가 된 87년생 동갑내기 두 배우는 현재 '해어화'를 함께 촬영 중이다. 194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최고의 예인을 꿈꾸는 '소율'과 그녀와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누는 친구 '연희', 그리고 당대를 풍미한 유행가의 작곡가 '윤우', 노래와 운명으로 얽힌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소율 역에 한효주, 연희 역에 천우희, 윤우 역에 유연석이 출연한다. '뷰티 인사이드'에선 조금 짧아 다소 아쉬웠던 한효주와 천우희, 두 여배우의 연기 호흡. 이번 영화에선 더 많이 볼 수 있어 기대감을 높인다.


특히 천우희는 청룡영화상 수상 이후 한국영화계에서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이전보다 제안받는 작품의 양과 질이 180도 달라졌다. '해어화'는 시상식이 열리던 시기에 한창 출연 여부를 논의 중이던 작품이다.

천우희의 소속사 관계자는 "예전보다 더 비중 있는 역할과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제안받고 있다"며 "오디션을 거치지 않아도 될 만큼 배우로서 천우희가 인정받고 있지만, 천우희 본인은 초심을 잃지 않고 한결 같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같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suzak@sportschosun.com


제3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한공주' 천우희가 지난해 수상자 한효주와 포옹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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