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K-무비, K-팝에 이어 이제 전 세계가 K-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모델은 물론, 디자이너들의 팬덤이 형성되는 등 패션을 바라보는 시선은 들떠있다. 화려함만큼이나 치열함이 공존하고, 창의력만큼이나 지구력도 요하는 세상이 패션계다. 패션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을 위해 스포츠조선은 톱모델 겸 배우 이영진과 마주 앉았다. 2015년 '떡국열차'를 시작으로 또 다른 자신을 내어놓는 것에 주저 없는 이영진이 그의 패션인을 더 넓은 세계로 초대하기로 마음먹었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아홉 번째 주자는 다른 듯 닮은 부부 디자이너 JKO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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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연주(이하 구) : 지난 서울 컬렉션 끝나고 부터 정신이 없었어요. 컬렉션은 항상 만족스럽지 않은 것 같은데, 특히 지난 시즌부터 너무 만족이 안돼요.
이- 어떤 면이 아쉬웠어요?
최: 아무래도 데드라인이 있으니까 작업을 더 푸쉬해서 디벨롭 하고 싶은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죠. 파인 아트 처럼 내가 만족할 때 까지 하는 것이 아니라 시즌 별로 움직여야 하고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의 결과를 뽑아내야 하니까요. 순간순간 아쉬워요.
이- 부부가 같이 작업을 하잖아요. 만족, 불만족을 느끼는 부분은 일치하는 편인가요?
구 : 그렇진 않아요. 극명하게 달라서 어떨 땐 1부 2부 나뉘어서 하고 싶기도 해요(웃음).
최 : 그래서 결정한 것이 내가 진짜 싫하는 것과 연주가 진짜 싫어하는 건 빼기로 했죠.
이- 분담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구 : 저는 후반작업을 많이 하고, 오빠는 영감을 빨리 받는 편이라 초반에 빨리 쳐줘요.
최 : 예전에는 모든 스텝을 같이 해나가다보니 트러블이 많이 일어나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연주의 강점과 나의 강점을 서로 보게 됐고 이제는 주고받으며 하고 있어요.
이- 피드백을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점이 부부 디자이너의 장점인 것 같아요.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스 시절 이야기를 해보죠. 두 사람, 사귄 다음에 유학을 간 건가요?
구 : 사귄 다음에 갔죠. 삼성역에서 만났어요. 지금 와서 하는 말인데 첫 인상은 안좋았어요(웃음).
최 : 저는 갓 전역해서 빨리 유학을 가고 싶고 패션을 하고 싶은 열정 청년이었죠. 말년휴가 나와서 영어학원을 다 등록해뒀으니까요.
구 : 반면 전 좀 시니컬한 편인데 정말 무한 긍정주의자인거에요.
최 : 하하하하. 맞아요. 그랬어요.
이- 아니, 그런데 연애는 어떻게 가능한 거에요?
구 : 1년 정도 알고 지내다가 (유학에 관한) 정보 교환을 하면서 그렇게 됐어요.
최 : 알고보니 이 친구도 유학을 가려고 했었고, 그렇게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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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 졸업하자마자 했어요. 서로 각자 일을 하다 같이 런칭했는데 고생문이 열렸어요.
구 : 자급자족 했거든요. 원단 사서 버스타고 양쪽에서 앞 뒤로 매고 그랬었죠. 생산을 다 직접 했는데, 영국에 제조환경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요. 정말 그 시절 때문에 지금도 미싱으로 먹고 살 정도로 잘 해요.
최 : 세인트 마틴의 미싱신화였죠. 학교 다닐 때 정말 지하철 안에서 스케치 하고 거의 매일 만들었어요. 속옷 빼놓고 다 만들어서 입었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순수했어요.
이-그래도 그 시절 완판된 230만원짜리 실크 드레스가 있다는데, 무척 궁금하네요.
최: 그 실크 드레스를 만드는데, 런던에서 핫한 디자이너들 옆에 같이 걸어야 하니 지퍼도 15만원짜리 쓰고 그랬었죠.
구: 영국은 신인 디자이너라도 마음에 들면 아무리 가격이 높아도 사더라고요. 가죽재킷도 거의 300만원이었는데 팔았으니까요.
이-영국에서 공부할 때 한국패션의 위치, 지금과는 굉장히 다르죠?
최 : 우리가 유학을 가려고 했을 즈음 한국패션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죠. 몇몇 선생님 들 외에는 디자이너들 이름도 다들 몰랐었고요. 그런데 점점 젊은 디자이너들이 많이 모이면서 그들의 성격들도 많이 보이고 또 전체적으로 한국 패션이 젊어지고 다양해진 것 같아요.
구 : 쇼도 많아졌고 전체적으로 팽창한 느낌이에요.
이 - 과거에는 패션을 즐기는 세대가 한정적이었다면 지금은 패션을 즐기는 세대가 폭 넓어진 것 같아요. 풍성해졌죠. 명품에 의존적이지도 않고.
이-국내 활동을 토대로 하지만 궁극적으로 세계무대를 목표로 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했었죠.
구 : 한국은 아예 다른 시장 같아요. 베이스가 한국이니 안 할 수는 없지만, 실제 한동안 하지 않았던 적도 있죠. 외국의 경우 MD들이 바잉하는데 한국의 경우 일괄적으로 생산해서 매장에 뿌리는데 사실 그게 말이 안되거든요. 그런 점들이 힘들어서 한 시즌을 안 했더니 흑자가 되더라고요.
최 : 쇼를 하기 시작하면서 차라리 해외에서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국내 소비자를 만날 기회가 너무 적어지다 보니, 10월에 옮길 때는 쇼룸 같은 공간을 마련할까 생각도 해요. 또 JKOO 스트릿 라인을 만들고 있어요. 하기 전에 바이어를 보여줬더니 은근히 반응이 좋아서 아예 키워서 한국에서 해볼까 생각도 해봐요. .
이-JKOO의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해요.
구 : 영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 2011년이네요. 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인 것 같아요(웃음).
최 : 처음에 브랜드 런칭할 때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하고 어떤 브랜드처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지금은 오래 하고 싶어요. 안 망하는 것이 목표죠.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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