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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본선에 진출한 미국의 벤자민 록하트 아마 7단, "본선에서 꼭 1승 하고 싶다"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5-08-23 13:25 | 최종수정 2015-08-23 13:25


◇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에 진출한 미국의 벤자민 록하트 아마 7단. "나중에 미국 바둑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저 미치지 않았어요(웃음). 이세돌 9단이나 퉈자시 9단 같은 기사를 제가 어떻게 이기겠어요? 하지만 본선에서 꼭 1승은 하고 싶어요."

서울 은평구에 있는 충암바둑도장에 가면 바둑 두는 미국 젊은이를 만날 수 있다. 벤자민 록하트(22) 아마 7단이다. 오로지 바둑이 좋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태평양을 건너온 지 어언 5년, 이 꺽다리 총각이 최근 큰 일을 하나 이뤄냈다. 오는 9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하는 제20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 32강전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정말 행복합니다. 2년 전엔 아쉽게 예선 결승에서 졌는데 올해엔 그 상대한테 이겼어요. 제 바둑인생에서 거둔 가장 큰 승리죠."

삼성화재배는 한국, 중국, 일본을 넘어 전 세계 아마추어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 록하트 아마 7단은 한중일, 대만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아마추어들에게 배정된 '월드조' 예선을 어렵사리 통과했다.

"쟁쟁한 기사들과 한 번 붙어본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귀중한 경험이죠. 승패를 떠나 저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겁니다."

뉴욕 브루클린 출신인 록하트 아마 7단은 9살 때 아버지 덕분에 바둑돌을 처음 잡았다. 명문 브라운대 수학과 교수였던 부친은 두뇌게임인 바둑 애호가였다. 바둑의 논리성, 그리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서 수를 찾아내는 바둑의 특성에 매료됐다. 록하트 아마 7단은 이런 아버지의 취향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무엇보다 바둑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처음부터 흠뻑 빠졌다. 이제 바둑은 그에게 인생의 전부다.

"바둑은 동양 문화의 산물이라 서양사람들에겐 낯설고 어렵죠. 하지만 두뇌게임이란 측면에서 모든 인류가 즐길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달 본선을 앞둔 터라 록하트 아마 7단은 요즘 바둑 공부에 일로매진하고 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맹훈련. 충암바둑도장의 최규병 사범은 "아주 성실한 노력파"라며 "큰 싸움이 붙었을 때 수읽기가 부족한 게 약점이었는데 열심히 공부해서 많이 좋아졌다"고 평했다.

록하트 아마 7단의 실력은 본선에 진출한 다른 기사들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 록하트 아마 7단이 베이징에서 진짜 큰 '사고'를 칠 지 아무도 모른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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