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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의 강자'로 패션계를 주름잡은 정두영 디자이너가 지난 6월 한중 디자이너 간 패션 대결을 담은 SBS 플러스 '패션왕, 비밀의 상자'에서 중국의 장츠 디자이너와 함께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그림이기는 했다. 정 디자이너는 앞서 SBS '패션왕 코리아'에서도 최종 우승을 거둬, '초대 패션왕'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갔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정 디자이너는 우승 자체에는 큰 의의를 두지 않았다. 우승자 호명을 들은 순간 기분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중국 패션 피플의 취향을 배울 수 있었던 점이 그가 생각하는 가장 큰 성과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중국 패션피플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원하는 컬러나 패턴, 디자인 등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의미있는 일이었죠. 또 반대로 한국인의 취향을 중국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패션왕, 비밀의 상자'와 같은 교류의 장이 마련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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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류의 프리미엄을 이용할 수 있는 지금이 중국 진출의 적기라고 그는 분석했다. "한류 문화가 중국 등 아시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패션 역시 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에, 아시아에 K-패션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브랜드 역시도 중국 관광객들의 매출이 좋은 편이에요. 그렇다면 중국 현지에서의 니즈 역시 있다는 뜻이죠. 실제 중국 패션관계자들도 인정하는 것이 중국 소비자들의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선호도와 신뢰가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한국 패션계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이 호의적이다보니, 브랜드 대 브랜드 뿐 아니라 디자이너 개인에게도 러브콜이 오는 경우가 많다. 패션계 전반에 중국 진출에 대한 핑크빛 전망이 가득한 것도 이런 사례들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중국 쪽으로 인적 자원이나 노하우들이 유출되는 것과 관련,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이 가운데, 정두영 디자이너는 중국과의 협업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실제로 많은 디자이너들이 중국에 진출한 상태다. 중국 어패럴 브랜드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나 실장급으로 스카웃을 하는 사례들이 많은데, 돌이켜보면 1980~1990년대 우리나라에서 일본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을 많이 데려오던 상황과 유사하다"며 "어차피 패션 트렌드라는 것은 변화하기 때문에 같이 작업한다고 꼭 중국에게만 이점이 있는 것은 아니며, 한국 디자이너들과 기업들도 협업을 통해 꾸준히 업데이트를 해야 중국 쪽의 추격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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