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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게임즈가 지난 23일 북미의 모바일게임사 에스지앤(SGN: Social Gaming Network)에 1천5백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계약을 마치고 보니 1천5백억원이라는 큰 금액의 배팅도 놀라운 수준이지만 넷마블게임즈가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는 전략과 키워드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북미시장 공략의 노하우 공유>
넷마블의 글로벌 진출 초석이 된 게임은 '마블퓨처파이트'입니다. 마블의 IP를 활용해 넷마블의 RPG 노하우가 녹여내 제작했죠. 두 달 만에 2천만 다운로드, 전세계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순위 6위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아직 2% 부족한 느낌이 강합니다. 좋은 소재와 한국의 노하우가 들어갔지만 북미 유저의 입맛에 다소 맞지 않는 것인지, 매출 순위 50위 진입이 쉽지 않습니다. 서머너즈워, 브레이브프론티어 등이 20위권 이내에 있는 것을 보면 단순히 게임 구조의 문제로 평가하긴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넷마블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출발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장르의 특징과 재미를 가진 국내, 일본의 게임들이 상위권에 있지만 조금의 차이로 인해 벌어져 있는 순위의 간극은 제법 크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북미센스의 그래픽이나 현지화가 부족했다고 했을 수 있지만 마블퓨처파이트의 경우는 북미에서 인기인 소재이기에 그래픽이나 소재의 문제로 보긴 어렵습니다. 결국 이러한 부족한 부분은 현지 전문가와 함께하면서 풀어가겠다는 전략입니다.
앞으로 SGN이 직접적으로 넷마블 북미 진출 게임의 개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순 없지만 현지 서비스를 앞두고 현실적인 평가와 보안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국내와 달리 캐주얼게임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 RPG 장르가 파고들 구석이 있고, 성공 게임들의 노하우를 현지인에게 들을 수 있는 부분은 향후 넷마블의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중-미 시장의 경쟁력 강화>
넷마블의 SGN 투자로 인해 텐센트에서 시작된 투자는 한국, 중국, 미국으로 연결 고리를 맺었습니다. 자회사를 세계 각지에 두는 것과 달리 텐센트, 넷마블, SGN은 3개의 특징을 가진 회사가 현지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텐센트와 넷마블은 두 말이 필요 없고, SGN은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설립 5년 만에 킹에 이어 캐주얼게임 점유율 2위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회사입니다. 초반보다 최근 2년 동안 300%의 성장은 앞으로를 기대할 수 있는 지표로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각각 성공을 거둔 회사들이기에 시너지 효과를 크게 낼 것으로 보입니다. 넷마블의 SGN 투자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각 역시 이 부분에 맞춰져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넷마블이 크게 알려져 있었다면 북미에서 SGN의 성장이 주목받았는데, 두 회사의 장래성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고 있습니다.
<캐주얼게임이란 퍼즐>
국내에서 RPG 장르에 특히 강점을 보여왔던 넷마블이었기에 베일에 쌓여있던 파트너는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회사가 될 가능성도 있었고, 부족한 라인업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결국 넷마블게임즈는 글로벌 전략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보다 잘하는 전문가와 함께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방준혁 의장이 NTP 행사에서 과거의 방식으로 모바일 시대를 접근하면 성공이 쉽지 않다는 발언처럼, 지금은 전문가에게 해당 업무를 맞기거나 제휴를 맺어 과정이나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과거라면 글로벌 진출을 위해 현지에 지사를 설립해 인원을 늘리고 유명 개발자를 영입하는 수순을 밟았겠지만, 요즘 젊은 기업들은 전문가와 함께 해당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북미의 트렌드는 확실히 RPG 장르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캐주얼이 강세죠. 넷마블에 캐주얼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의 게임성과 재미로 북미에서 성공을 쉽게 점치기 어렵습니다. 디즈니IP 등으로 차별화와 현지화 전략을 세웠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북미 시장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캐주얼게임 회사 SGN과의 파트너쉽으로 성공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춰나갈 생각입니다.
넷마블게임즈의 행보는 빠르고 상당히 무섭게 진행 중입니다. 엔씨소프트, 넥슨이 과거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기술과 자금을 앞세워 한 단계 빠른 행보를 보여왔다면 최근 넷마블은 남다른 수완과 전략으로 독보적 움직임을 취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연이은 히트작 발굴과 도전, 텐센트에 이어 SGN과의 계약 등으로 보면 넷마블게임즈는 아직도 많이 배가 고프고 해나갈 것들이 많아 보입니다. 깜짝 계약이나 파격 행보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구요.
최호경 게임인사이트 기자 press@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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