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9단, 현대바둑 70년 특별대국에서 조치훈 9단에 시간승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5-07-26 23:25


◇조훈현 9단(오른쪽)과 조치훈 9단이 국후 환한 표정으로 복기하고 있다. 두 전설의 복기를 이세돌 9단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기원

◇조훈현 9단(왼쪽)과 조치훈 9단이 특별 대국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기원

한국 현대 바둑 70년을 기념해 열린 조훈현 9단과 조치훈 9단의 대결은 조훈현 9단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26일 오후 1시 한국기원 1층 바둑 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조훈현-조치훈 특별 대국에서 조훈현 9단이 조치훈 9단에게 154수 만에 백 시간승을 거뒀다. 조훈현 9단은 이날 승리로 조치훈 9단에게 9승 5패(비공식 대국 포함)를 기록했다.

두 '전설'은 초반부터 치열한 난타전을 펼쳐 공개해설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흥분시켰다. 하지만 승부에는 의외의 변수가 작용했다. 중앙 흑 대마의 타개 과정에서 조치훈 9단이 계시원이 초읽기 열(10)을 부르는 순간 착수해 시간패하고 만 것.

국후 인터뷰에서 조치훈 9단은 "조훈현 9단이 나보다 세니까 이긴 것"이라며 "옛날보다 공부는 더 많이 하는데 바둑돌을 놓으면 다 잊어버려 성적은 예전만 못하다"고 겸손해 했다. 조치훈 9단은 또 "예전에도 조훈현 9단의 바둑 소질이 나보단 100배 이상 낫다고 생각했다"며 "그 소질을 뛰어넘으려면 100배 더 노력하는 길 밖에 없다"고 말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조훈현 9단은 "일본 유학 시절에는 연전연패했지만 국제대회가 생겨 빚을 갚은 것 같다"면서 "오늘도 조치훈 9단이 져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9단은 "시간을 모두 쓰면서 바둑 한판에 최선을 다 하는 조치훈 9단에게 굉장히 배울 게 많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현대바둑 70주년 기념 특별이벤트로 열린 '전설의 귀환' 조훈현-조치훈 특별대국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했다.

한편, 유창혁 9단과 최명훈 9단의 공동 해설로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열린 공개해설장에는 바둑팬과 언론 등에서 200여명이 쇄도해 12년 만에 다시 열린 한국바둑 영웅들의 대결을 지켜봤다.


◇한국기원 2층 공개해설장에 200여 명의 팬들이 모여 조훈현-조치훈 대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사진제공=한국기원
'조훈현-조치훈 특별대국'은 한국이 낳은 두 최고의 '레전드 스타 대결'로 올드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대국 중 단연 첫 손으로 꼽히는 대국이다. 두 기사는 20세기 후반 한국과 일본 바둑계를 석권한 세계 바둑을 대표하는 거장들이다.

9살 때 입단(세계최연소 입단 기록)해 프로 통산 160회 우승 기록을 보유한 조훈현 9단(1953년 3월 10일생)은 80년대 초중반에 국내기전을 전부 석권하는 전대미문의 전관왕(80년 9관왕, 82년 10관왕, 86년 11관왕)을 3차례 기록했다. 특히 89년에 열린 제1회 응창기배에서는 한국기사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아 바둑 변방국의 설움을 떨치고 우승을 일궈 바둑황제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리기도 한 한국 최고의 레전드 기사다.

조훈현 9단보다 3살 아래인 조치훈 9단(1956년 7월 23일생) 역시 6살 때 도일(渡日)해 일본바둑을 평정한 대한민국의 천재 기사. 80년에 일본 최고의 타이틀인 명인을 거머쥐어 "명인을 따지 않고서는 돌아오지 않겠다."던 바둑 팬과의 약속을 지켰으며 90년대 중후반에는 절정의 기량으로 기성(棋聖), 명인(名人), 본인방(本因坊)을 동시에 석권하는 대삼관(大三冠)을 무려 4차례나 차지한 바 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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