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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명온라인, 이집트의 약소국에서 최종 문화 승리까지

최호경 기자

기사입력 2015-07-22 10:34



5일간의 문명온라인 파이널테스트 결과 이집트가 문화 승리를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초반 로마 문명의 무서운 기세와 중후반의 중국 문명의 분전으로 인해 점령 승리가 사실상 쉽지 않아진 상태에서, 이집트는 전략과 유저들의 단합된 모습으로 문화 승리를 달성했다. 필자는 이집트 '파라오' 길드에서 활동하며 이집트가 문화 승리를 달성하는 모습을 5일간의 기록으로 정리해봤다.

이집트 문명은 선택한 것은 지난 테스트의 영향이 컸다. 당시에 많은 유저들과 만족스러운 경험을 남겼고, 전투 민족 '로마', 새로운 일러스트를 앞세운 '중국'의 강세가 예상되었지만 다시 한 번 이집트를 선택해 많은 활동을 하려고 결심했다.

파이널테스트 이전부터 카페에 가입해 유저들과 이번 테스트를 준비했다. 다만 사전에 산업시대를 경험한 만큼 유저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리더의 전략에 따르기만 하는 수동적인 행동으로 문명 온라인의 유저들이 이번 테스트를 어떻게 즐기는지 관찰했다.



이집트가 처음부터 문화 승리를 노린 것은 아니었다. 레이드콜로 30명 이상 한 곳에서 내용을 공유하면서 게임을 시작했고 전략도 있었지만, 세션 초반 로마의 기세는 너무나 강력했다. 길드 유저들도 경험자 위주의 구성이었지만 로마 문명 유저들은 기술 확보가 빨랐고 앞으로 치고나오는 속도를 따라가기란 쉽지 않았다. 첫날부터 3국 동맹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고, 어떻게 로마 유저들이 저렇게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을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인접해있던 아즈텍 유저들이 2차 테스트의 신규 문명이란 버프를 잃고 첫날부터 로마에 압살 분위기가 조성됐고, 이집트는 중국과 경쟁하며 중앙 지역 확보에 열을 올렸다. 세션 초반부터 문화 승리를 생각한 유저는 1명도 없었고 판게아 중앙은 향후 4일간의 세션을 풀어가는데 엄청난 중요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집트 문명의 방향성을 가른 첫 분기점은 3일차 대규모 로마 본진 기습 작전이었다. 약 50명의 유저들은 함선 10여대를 준비해 로마 본진 기습을 준비했다. 당시 로마는 불가사의가 4개를 확보해 점령과 함께 문화 승리도 가장 앞서있었기에 11시 본진 지역 기습으로 불가사의 저지와 함께 로마의 진출 속도를 늦추기 위함이었다.

7시 지역에서 11시까지 30분이 넘는 이동을 해야 했고 전략을 짜야했으며 같은 문명 유저들에게도 제한적으로 내용을 공유하지 않은 나름의 필살기였다. 과거 스타크래프트의 본진 드랍을 연상시키는 대규모 작전이었다. 공방전 전까지 발각되지 않기 위해 섬 뒤에 배를 정렬시키는 치밀한 준비로 비수를 준비했다. 하지만 빠르게 시청 하나를 부수고 진격을 해야할 타이밍에 이집트에 소속된 중국 문명 유저가 그 위치에 시청을 지으며 이로 인해 일행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길드원들이 근처에 시청을 지었지만 시청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시청을 지을 수 있는 버그가 확인됐고, 이집트 유저들은 진격도 하지 못하고 시청에서 머뭇거리며 반나절 이상 계획한 계획이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허무하게 무산됐다. 이후 GM이 해당건에 대해 버그라는 단어 사용은 없었지만 '문제가 확인되었다'는 언급이 있었다.




두 번째 이집트 문명의 큰 분기점은 티스 방어전이라 할 수 있다. 이집트 문명은 매번 기술 확보가 늦어 다른 문명에 비해 2~4시간가량 새로운 시대의 진입이나 탈 것의 활용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는데, 당연히 그 사이에 진행된 공방전은 매우 고되게 진행되었다.

맵의 정 중앙에 있는 티스는 각 문명의 요충지인데, 이를 확보하기 위한 문명의 공세는 대단했다. 매 공방전에 이쪽에 인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사실상 수성이 불가능했는데, 3일차 티스 방어전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 병기인 로마의 다빈치탱크가 어마어마한 수로 몰려들었다. 이집트 문명 유저들은 시청의 체력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온몸을 던져 필사적으로 막았다. 다행히 후방에서 지원 유저들이 몰려들었고 강력한 무기를 거의 맨몸으로 상대하면서 수성에 기적적으로 성공했다. 이날 방어전은 이집트 유저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큰 사건으로 남았다.

이후 이집트 유저들은 점령 승리에서 문화 승리 방향으로 전략을 잡았다. 사실 과거 테스트에서 문화 승리가 없었기에 과정을 어려움이나 전략 짜기가 쉽지 않았는데, 우선 로마의 불가사의 확보를 위해 티스 공방전에 버금가는 바시리아 수성전을 치러야 했다. 이번에는 로마 문명에 탱크가 있었지만 이집트는 공방전 사이에 기술 확보에 성공해 비행선을 던져가면서 수성에 성공했다.




사실 이때부터 본진 문화 승리 준비는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었고, 자금 확보를 위해 모든 유저의 골드를 조금씩 모았다. 공방전 직후 본진에서는 불가사의 동시 건설이 진행됐고 4일차 이후부터는 수성 전략에 돌입했다.

문제는 초반에 건설해둔 군사 도시 비중과 전략 유출이었다. 이집트뿐 아니라 모든 문명에서 다른 문명 소속의 유저가 정보를 빼내는 일은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공방전 이후 건설 시기에 해당 유저가 시청을 하는 등 방해공작은 빈번하게 진행됐다.

향후 테스트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문화 승리를 노렸던 이집트 입장에서는 다른 문명 유저가 몇몇 도시를 군사도시로 만드는 행동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미 중앙지역은 중국과 로마에게 내준 상황이기에 도시의 비중이 적고 초반 건설해둔 군사도시의 비중을 줄이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문화 승리 방향이 다른 문명에 노출된 이후 도시 수성을 위해 20~30분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군사도시가 적은 만큼 탈 것들은 미리 준비해서 위치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에는 이집트 역시 중국 문명에 캐릭터를 만들어 몇몇 도시를 파괴하는 어뷰징 행동이 있었다. 문화 승리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게임의 룰을 다소 어기는 행위였음은 대부분의 유저들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도 마지막까지 건설 직업 유저들은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오가면서 시간에 맞춰 극장을 짓기 위해 어마어마한 노력을 했다. 전투보다 재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문명의 승리를 위해 산속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위치를 찾아내 문화 승리의 70%를 넘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망치를 두드렸다.

세션은 이렇게 이집트의 문화 승리로 끝났고 중국은 마지막까지 로마 문명과 세력 다툼을 이어갔으며, 초반 밀렸던 아즈텍은 로마 본진을 꿰뚫는 저력으로 '정신 승리'로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최호경 게임인사이트 기자 press@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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