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위크의 성장통 혹은 주도권 다툼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5-07-20 07:44


2016 S/S 서울패션위크는 오는 10월 16일부터 21일까지 6일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사진제공=서울패션위크

서울디자인재단(이하 재단)과 한국패션디자이너 연합회(이하 연합회)의 갈등의 골이 깊다. 서울패션위크 주최 측인 서울디자인재단은 오는 10월 열리는 2016 S/S 서울패션위크를 앞두고 변경된 참가자격 및 요건을 발표했다. 연합회 측은 재단의 일방적 통보를 수용할 수 없다며 한 때 행사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재단 측이 알린 변경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존 정량평가 70%와 정성평가 30%의 심사기준을 정량평가 40%와 정성평가 60%의 비율로 변경했다. 정성평가에는 글로벌 경쟁령, 품질, 생산성, 상품성, 창의성 등의 기준이 적용된다. 기존 심사가 디자인 능력보다 매출 실적을 더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던 것에 반해, 이번 시즌부터 실력있는 디자이너가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디자이너가 사업자 대표이거나 공동대표여야 한다는 항목, 자가매장 보유 필수 항목을 참가자격에 포함시켰다. 참가비는 700석 기준 250만원에서 700만원, 1000석 기준 4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인상됐다. 또 디자이너 어워드를 개최, 올해의 디자이너, 올해의 신진디자이너 상을 수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연합회는 "사전에 어떤 협의도 없는 일방적 결정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납득하기 어려워한다"며, 지난 달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토의 장을 마련했다. 거센 반발에 재단 측은 서울패션위크 참가신청 마감일을 연장하고 디자이너와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분위기는 반전되지 않았다. 이후 연합회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결과적으로 원만한 합의는 이뤄내지 못했다. 하지만 어렵게 통합된 서울패션위크의 양분화나 갈등을 원하지는 않는다"라며 "'대승적 차원'에서 참가신청을 망설이던 몇몇 디자이너들이 신청접수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재단 측에 따르면, 보이콧 선언이 민망하게도 정원을 넘은 10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참가 신청을 마쳤으며, 연합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디자이너들도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회는 당초 "많은 디자이너들이 서울시의 일방적 결정에 납득하기 어려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다수 디자이너들은 연합회 보다는 재단의 손을 들어준 격이 됐다. 연합회가 다수 디자이너의 구심점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실제 젊은 디자이너들 다수는 서울패션위크의 변화에 동의한다고 말한다. 일부는 급진적인 정구호 호(號)의 방식에 어리둥절 했으나 서울패션위크가 상당부분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충분히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합회는 여전히 소모적 힘 겨루기 중이다. 연합회 측은 "어렵게 통합된 서울패션위크의 양분화나 갈등을 원하지 않는 바, 별도 타이틀의 컬렉션 개최보다는 정부 지원 사업과의 연계 및 오프쇼 등을 적극 활용하여 자리가 좁아진 서울컬렉션과 내년부터 폐지되는 제너레이션 넥스트로 인해 서울패션위크에서의 발표무대를 잃게 될 많은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보다 다양하고 실질적인 발표의 장을 만들어 드리고자 준비를 시작했다"라며 신진 디자이너 중심의 패션쇼와 비즈니스 중심의 바잉쇼를 개최할 계획을 밝혔다. 사실상 별도의 컬렉션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연합회가 신진 디자이너를 위한 장과 원활한 패션 비즈니스 소통의 장을 만들 수 있을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한 중견 디자이너는 "일련의 사태는 서울패션위크가 치러야 할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본다. 서울패션위크의 규모가 커지면서 생기는 피할 수 없는 트러블이 아닐까 싶다. 다만, 서울패션위크를 잘 만들고자 하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인만큼, 양측이 원만한 타협점을 찾는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