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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는 과정이다, 이제는 글로벌 최고에 도전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었던 온라인게임과 달리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한국은 '추종자'(follower)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생태계에 다른 국가들보다 늦게 뛰어든데다 각종 규제 이슈로 국내에서의 창작욕이나 게임 수준이 떨어지면서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넷마블게임즈가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에서 한국 대표주자로 뛰면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으니 당연 화두가 될 수 밖에 없다. 넷마블이 지난 15일 자신들의 성공스토리를 알리고 글로벌 최고 도전을 발표하는 자리인 첫번째 NTP(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에 많은 관심이 쏠렸던 이유다.
넷마블은 IT벤처 버블이 꺼지기 시작한 지난 2000년 방준혁 의장이 만들었다. 게임 시장에서 웹보드와 부분 유료화, 퍼블리싱 등을 성공시키며 단기간에 성장한 넷마블은 지난 2004년 CJ그룹에 인수돼 대기업 게임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06년 방 의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 후 의욕적으로 추진한 해외 게임들의 현지화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고, 2011년 대표적인 수입원이었던 FPS게임 '서든어택'의 퍼블리싱 권한마저 넥슨에 뺏기면서 회사는 존폐 위기까지 내몰렸다.
이 시기 즈음에 '구원투수'로 친정에 복귀한 방 의장은 회사 체계를 '모바일게임 올인'으로 완전히 변모시켰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스마일게이트 등 쟁쟁한 온라인게임 선두주자 속에서 넷마블이 살아나갈 돌파구를 모바일게임으로 잡은 것이다. 2년간의 체질 개선 끝에 '다함께 차차차'로 모바일게임 첫 성공을 거둔데 이어 '모두의마블'과 '몬스터길들이기'를 2013년에, 그리고 지난해에는 '세븐나이츠'로 초대박을 치며 모바일게임 선두주자로 우뚝 섰다. 올해도 '레이븐'과 '마블퓨처파이트', '크로노블레이드'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모바일 대세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로 거듭났다. 국내 매출 순위에서도 상위 10개의 게임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위기의 순간 속에서 기회를 잡아낸 것이다.
리더십, 회사를 변화시키다
물론 이런 드라마틱한 반전에는 방 의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다.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조직문화와 개발역량을 강화시키는 등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방 의장은 NTP에서 "혁신적이며 앞선 전략, 그리고 정확한 미래 예측, 여기에 빠른 스피드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먹고 살만해졌기에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웃었다.
방 의장의 카리스마는 업계에서도 유명했다. 개발자가 아닌 마케터이지만, 게임을 보는 눈은 남달랐다. 넷마블 복귀 후 히트작이 연달아 나오기까지 2년 정도는 거의 퇴근을 하지 않고 모든 빌드를 일일이 챙겨보며 개발을 독려했다. '레이븐'을 만든 넷마블ST의 유석호 대표는 "방 의장께서 카메라 워크와 시점 등 여러가지 요소를 짚어줬는데, 게임이 완전히 바뀐 느낌이었다. 개발자 이상의 통찰력이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이미 개발된 '모두의 마블'을 1년간의 설득 끝에 모바일로 전환시켜 글로벌 매출 10위 게임으로 만든 것도 방 의장의 판단이었다. 마블, 디즈니 등 세계적인 콘텐츠 IP를 가진 회사와의 협업으로 '마블 퓨처파이트', '모두의 마블 디즈니' 등을 출시하거나 개발하고 있는 것은 물론 중국 텐센트로부터 5300억원을 투자받고 엔씨소프트와의 지분 교환 등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비즈니스도 성공시켰다. 신입직원들이 유저의 입장에서 개발 단계의 게임을 가감없이 파헤치는 사내 세션도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 여기에 히트작을 만든 개발 스튜디오 대표와 개발자들이 성공 노하우를 기꺼이 공유하고 있는 것도 전형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제는 글로벌 도전이다
넷마블은 이날 내년 상반기까지 출시할 RPG, 캐주얼 퍼즐, 스포츠, 슈팅 액션, 전략 등 총 31종의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게임을 소개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2'를 활용한 최초의 모바일 MMORPG '프로젝트S'를 비롯해 PC급 퀄리티와 실시간 대규모 길드전을 내세운 모바일 정통 RPG '이데아', 액션 RPG 'KON', 언리얼 엔진4를 이용한 '프로젝트P', 전세계 2억 명이 즐긴 신개념 애니메이션 RPG '프로젝트 스톤에이지 비긴즈(가칭)' 등 대작 RPG 라인업을 비롯해 '모두의 마블 디즈니(가칭)'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방 의장은 "국내 1위는 과정이며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 글로벌 모바일 게임업계는 '규모와 스피드의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넷마블의 눈은 글로벌로 향해 있다. 서구권 공략을 위한 해외 게임업체 M&A를 비롯해 주요 개발사 IPO추진, 엔씨소프트와의 협업 등을 다양하게 추진해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넷마블을 도약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도업체, 책임을 가져야
이날 NTP에는 100여개가 넘는 언론사가 취재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또 게임계에서 많은 CEO들이 일정의 성공을 거둔 후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적어도 방 의장은 게임 1세대로 현장에서 직접 뛰는 동시에 기꺼이 언론과의 소통을 통해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제시했다는 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모바일게임 선도업체로 자신들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방 의장은 "넷마블 복귀 후 115개의 중소게임사에 2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아직 성공작은 별로 없지만 투자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면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넷마블이 대형 퍼블리셔로 재등극하면서 독점 현상이 일어나고, 요구조건도 까다로워졌다는 지적이다. 한 게임사 임원은 "넷마블의 성공작을 활용한 '크로스 프로모션'에 의존하기 위해 많은 신작들이 몰리다보니 정작 중소 퍼블리셔는 좋은 게임을 구하기 더 어려워졌다"며 "신작들의 좋은 기능을 차용해 자사의 게임에 활용하는 일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게임사 임원도 "눈높이가 높다보니 중소 개발사로선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 허들을 통과하지 못하면 넷마블을 통해 퍼블리싱을 하기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물론 방 의장은 이날 NTP에서 2000억원의 투자 가운데 성공작이 별로 없었다는 점, 국내 다수 신작들의 수준이 글로벌 진출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점, 이제 소규모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힘든 시대라는 점 등 뼈아픈 현실에 대해 지적을 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게임사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리그 오브 레전드'를 만든 라이엇게임즈도 스타트업이었다"라며 반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선도업체가 가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 넷마블게임즈가 글로벌 1위에 도전하는 길에서 분명 유념해야 하는 과제일 것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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