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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왜 안됐을까.
누가 봐도 잘 될법한 작품이었다.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 스킬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전광렬과 이기영은 주먹을 부르는 악역 연기를 선보였고, 주상욱은 허당 검사와 카리스마 복면남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김선아는 도도한 척 하지만 속은 여린 캐릭터를 능숙하게 풀어냈다. 이런 가운데 마지막까지 밀당을 시전하며 쫄깃한 로맨스를 만들었다. 주상욱과 김선아의 케미도 좋았다. 투닥거리는 듯 하면서도 서로에게 끌리는 묘한 감정선을 쫀득하게 풀어내며 극에 활력을 더했다.
그런데도 왜 안된걸까. 방송 시작 단계부터 이미 결말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패인으로 꼽힌다. '복면검사'는 선악구도가 명쾌했던 작품이다. 이렇게 확실한 구도로 극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스피디한 전개와 섬세한 복선이 필요하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알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엎치락 뒤치락하며 과연 정의가 승리할 수 있을지 궁금하게 만들어야 했다. '야구는 9회 말'이라는 말처럼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결말을 알 수 없어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데 '복면검사'는 그런 면이 부족했다. 하대철(주상욱)이 복수를 결심하기까지 이미 너무나 많은 세월을 보냈고 복수 과정도 영 시원치 않았다. 복면까지 뒤집어 쓰고 각오를 다졌지만 항상 악의 축에 굴복하는 모양새였다. 한번도 복수에 성공하지 못하는 주인공, 그로 인해 답답해 하고 분노하는 모습만 계속 반복되다보니 지루함만 가중됐다. 그저 '어차피 저러다 끝에가면 복수하겠지', '어차피 해피엔딩이겠지'라는 생각만을 남겼을 뿐이다.
극 중반부 불거진 불화설도 패인이 됐다. 주연 배우 김선아가 SNS를 통해 제작진의 늦장 촬영에 불만을 토로하고, 스태프가 김선아 상습 지각설로 맞서면서 불화설이 대두됐다. 이후 양측이 해명에 나섰고, 꾸준히 '김선아가 스태프에 커피차를 쐈다', '김선아의 화기애애한 모습'이라며 촬영장 비하인드 컷을 공개했지만 여전히 '뒤늦은 이미지 수습'이란 인식만을 남겼을 뿐, 꺼져가는 관심줄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었다.
'복면검사' 후속으로는 지난해 '정도전'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정현민 작가의 차기작 '어셈블리'가 15일 오후 10시부터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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