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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화정'이 김재원과 차승원의 카리스마 대결에도 불구하고 힘을 잃고 있다.
이후에도 능양군은 저자의 왈패들을 모아 궐 앞에서 지부상소(받아들이지 않으려면 머리를 쳐 달라는 뜻으로 도끼를 지니고 올리는 상소)를 올리며 광해를 곤욕스럽게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횃불을 든 수많은 패거리들을 이끌고 궐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횃불보다 뜨거운 야욕을 드러냈다.
그러나 광해의 목을 죄는 능양군의 악랄한 행보에도 불구하고 '화정'의 시청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화정은' 능양군이 첫 등장한 21회 11.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전 회보다 0.6%P 상승, 중반부 돌입 문턱에서 호조를 띄었다. 이후 '화정'은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22회 10.7%로 하락한데 이어 10.0%(23회), 9.8%(24회), 8.9%(25회)로 좀처럼 두자릿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불도저 같은 능양군의 야욕에 그럴싸한 명분이 부족하다. 카리스마로 중무장한 능양군 김재원과 광해군 차승원의 맞대결이 기대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아비 선조의 차디찬 외면으로 인해 용상에 집착하게 된 광해의 과거를 목격하며 그의 욕망에 공감하게 됐다. 권력 암투 속에 어린 동생 정명과 영창까지 내쳐야 했던 그의 고뇌가 광해에 대한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도왔다.
그에 반해 용상을 향해 어느 누구보다 불타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는 능양군은 아직 이렇다 할 공감 포인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는 앞서 인목대비(신은정)와 만남에서 동생 능창군의 죽음으로 광해에 대한 적개심을 품고 있음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용상을 향한 능양군의 탐욕스러운 눈빛을 설명하기에 부족해 보인다. 그의 욕망이 얼마나 절실한지 와닿지 않으니, 용상을 두고 벌이는 광해와 갈등에서도 기대만큼의 긴장감을 뿜어내기 어렵다.
이 가운데 지난 6일 방송된 '화정' 25회에서는 숨은 권력자 강주선(조성하 분)에게 택군 된 후 기뻐하는 능양군의 모습이 그려졌다. 어좌에 오르기 위해 왕족의 신분을 내던지고 강주선에게 무릎까지 꿇은 능양군은 오랜 기다림 끝에 '동주공제(同舟共濟)' 즉 같은 배를 탔다는 뜻의 문구가 적힌 서찰을 받고 "이 능양군이 저 궐의 주인이 되는 것이야"라며 벌써 왕이라도 된 듯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후 인목대비를 찾아간 능양군은 결연한 눈빛을 한 채 "저를 믿으시옵소서. 제가 마마의 아들이 되고 자식이 돼 그 모든 일을 같은 피로 갚겠사옵니다"라며 자신에게 힘을 실어 달라고 요청, 반정에 성큼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강주선과 인목대비, 권력가와 왕족이라는 큰 힘을 얻게 될 그가 또 어떤 모략으로 광해를 위기에 빠뜨릴지 궁금증을 모으는 지점이다.
하지만 어떤 악랄하고 비열한 수법을 보여준다고 해도 그의 야심의 깊이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면 극적인 효과를 얻기 어려울 전망이다. 2막을 이끌어 나갈 능양군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명분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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