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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못 웃기는 개그맨이었다. 대신 웃기는 것 빼곤 뭐든지 다 잘했다. 그 시절 그의 별명은 '예능계의 기능인'. 뭘 해도 '어색하다'는 컨셉트로 '어색한' 웃음을 주곤 했다.
요즘 정형돈의 단짝은 MC 김성주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함께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은 첫 호흡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첫 방송부터 케미를 발산했다. 탐정이라도 된 듯 게스트의 냉장고를 훑어서 기어이 낯선 이의 흔적을 찾아내고 게스트를 짓궂게 놀릴 때 보면 10년 같이 산 부부처럼 죽이 척척 맞는다. 요리하는 주방으로 출동한 김성주와 MC석에 앉은 정형돈이 축구 중계 하듯 주고받는 만담도 유쾌하다. 정형돈은 셰프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하고 김성주는 흐름을 조율한다. 역할 분담도 탁월하고, 그 둘의 조합도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린다.
과거 '예능계의 기능인' 출신답게 정형돈은 '몸 쓰는 예능'도 잘한다. KBS2 '우리동네 예체능'에 합류한 정형돈은 그 어떤 출연자와도 충돌 없이 어우러진다. 족구편에선 안정환과 티격태격하면서 '안티 버디 커플'로 활약했고, 테니스편에선 동물적인 운동신경으로 단숨에 에이스로 떠오르더니 성시경과 환상의 복식조로 승리를 일궈냈다. 최근의 사이클편에선 강호동과 '탈꼴지 라이벌'로 유쾌한 투샷을 연출했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예능계의 소금'이라 할 만한 활약이다. 안정환과는 KBS2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네 멋대로 해라'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라 기대감이 더 커진다.
최근 MBC '무한도전'에서 하하는 이렇게 말했다. "정형돈이 데프콘, 지드래곤, 신입 셰프들, 아이돌을 키웠다." 웃음을 위한 과장이 섞여 있는 말이지만 그 안에 담긴 속뜻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들 모두 정형돈과의 폭발적인 케미를 이룬 단짝들이다. 2013년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팀을 이뤘던 정형돈과 지드래곤은 그해 연말 방송연예대상에서 쟁쟁한 커플들을 모두 물리치고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했다. 여전히 두 사람은 '밀당'을 주고받는 '남남커플'의 대표주자다. 이쯤 되면 정형돈이야말로 MC계의 진정한 '케미 킹' 아니겠는가.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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