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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의 신' 이승철이 정규 12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3년 6월에 발표한 11집 '마이 러브'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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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출시를 앞둔 지난 21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이승철을 만났다. 지난 17일 새벽 과로가 누적돼 인후염과 폐렴 증상이 나타나 입원을 했다가 퇴원을 한지 고작 이틀이 지난 뒤였다.
이어 "디지털 음원 시대에 맞춰 봄에 3곡, 여름에 3곡 등 시즈닝 앨범을 내야 하나 아니면 매달 한 곡씩 낼까도 고민해 봤다"며 "그러다가도 주위에서 '이승철인데 앨범을 내야지'라고 하면 어깨가 무거워진다"고 덧붙였다.
정규 앨범에 대한 욕심이 여전하다는 그의 설명에 안도의 한 숨이 나오는 것은 음악팬이라면 모두 비슷할 것이다.
이승철은 "최근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 자리를 내려놨지만 많은 분들이 '만나서 노래를 배우고 싶은 사람 1위'로 나를 뽑았더라"며 "그런 상황에서 히트를 위해 앨범이 아닌 싱글 한 곡만을 공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많은 후배들이 나를 봤을때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를 느끼게 하고 싶다. 내가 (조)용필이 형을 보면서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며 "대중적인 성공도 중요하지만 활동 하나하나가 큰 일이 되는 만큼 앨범을 당장은 포기 못할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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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12집에는 총 11 트랙이 실려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요즘 많은 가수들이 피처링 파트너와 함께 노래를 발표하는 것과 달리 이승철의 앨범에는 피처링된 곡이 단 한 곡도 없다는 것.
이승철은 "요즘 너무 피처링이 많다. 물론 대중성을 생각하면 피처링을 하는게 좋은 선택일 수 있다"며 "하지만 나마저도 그렇게 하면 재미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피처링 부탁을 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자리에 오래 서있는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30년 차 가수라면 대중성을 뛰어 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중적 성공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번 앨범 역시 벌써 '흥행 대박'이 예상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우선 지난 6일 선공개한 '마더'가 어버이날을 기점으로 인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드라마 '프로듀사'의 OST로 삽입된 '달링' 역시 공개 이후 이틀만에 40위권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미 2곡이 대중의 귀를 사로잡은 정규 12집의 타이틀곡은 '시간 참 빠르다'. 이 곡은 걸그룹 EXID의 '위아래'를 비롯해 아이돌 그룹의 댄스곡을 잘 쓰기로 소문난 신사동호랭이가 공동 작곡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신사동호랭이와는 처음 작업을 했다는 이승철은 "원래는 아주 느린 발라드였다. 내가 그 템포를 20% 정도 빠르게 바꿨다"며 "신사동호랭이는 얼굴도 모른다. 아마도 앨범이 나오고 노래를 들어보면 너무 많이 바뀌어 깜짝 놀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철은 지난 11집부터 무명의 실력 작곡가를 적극 발굴했다. 이번에도 '마더'(김유신)와 '시련이 와도'(한수지)를 통해 신인 발굴에 적극적이었다. 유명 작곡가들간의 경쟁도 흥미롭다. 타 앨범에서 늘 타이틀곡만을 쓰는 작곡가 전해성과 작곡가 신사동호랭이가 각각 30% 가량의 음반 수록곡을 책임진 채 날선 경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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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을 녹음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변화' 였다. 하지만 가수에게 창법을 바꾸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승철은 "10년차 이상 가수들에게는 새로운 창법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승철은 바뀌지 않지만 옷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며 "녹음을 할 때 왼쪽 귀로는 가이드를 듣고, 오른쪽 귀로는 내 목소리를 들었다. 이렇게 하면 작곡가들이 곡을 쓸때 생각했던 감성을 제대로 살려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신인 작곡가들이 경력이 오래된 가수들에게 곡을 주지 않는 이유는 가수들이 자신이 부르던 창법으로 바꿔 부르기 때문이다"며 "가이드를 들으며 녹음을 해봤더니 창법이 바뀌더라. 이승철 같지 않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동시에 목소리가 전해주는 감동을 살리는데 집중했다. 그러기 위해 세계적인 엔지니어들과 손을 잡았다. 캐나다 믹싱 엔지니어 스티브 핫지를 비롯해 영국의 믹싱 엔지니어 댄 패리, 미국의 토니 마세라티 등 그래미 수상 경력자들이 이번 앨범에 참여했다.
이승철이 데뷔 후 처음으로 앨범 전곡을 직접 편곡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감상 포인트. 30여년간의 활동에서 얻은 매서운 노하우 그리고 천부적인 감각을 모든 노래에 덧입히면서 곡에 아찔한 정수를 가미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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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은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12집은 '30주년 기념 앨범'이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고 나와 하반기에 별도의 앨범이 출시될 것을 암시했다.
그동안 발표했던 수 많은 히트곡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을 뽑아달라는 부탁에 이승철은 "인생에 굴곡이 많아, 재기곡이 많다"고 입을 연 뒤 "그만큼 감사하는 노래가 많다. 데뷔곡인 '희야', 솔로 데뷔곡인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부활이 다시 뭉쳐서 발표한 '네버엔딩 스토리' 등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매번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었던 노하우에 대해서는 "슬럼프 일수록 공연을 많이 했다. 결국 노래를 부르면 이겨낸 시간들이었다"며 "음악하는 사람은 음악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나고 보니 그렇게 지나왔더라"라며 웃어보였다.
데뷔 30주년이 되는 해 인만큼 여러 활동이 준비되어 있다. 그 대표적 프로젝트가 월드투어. 오는 6월 5일 LA를 시작으로 애틀랜타(6월 9일), 뉴욕(6월 12일)에서 공연을 하고 이후 중국과 캐나다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국내에서는 오는 9월 5일 잠실주경기장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지방 투어를 이어간다.
이승철의 올해 행보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일본 콘서트 성사 여부다. 지난해 11월 이승철과 부인 박현정 씨는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된 바 있다. 구체적인 사유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지난해 이승철이 독도에 입도해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 '그날에'를 발표한 것이 문제가 됐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후 이승철은 올해 일본에서 콘서트를 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콘서트는 어떻게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이승철은 "공연 비자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비자가 나와도 이슈가 되고, 나오지 않아도 이슈가 될 것이다. 추이를 주목해 달라"며 "아마도 올해는 '나는 대한민국' 광복절 행사 때문에 거절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한편 이승철은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에서 12집 쇼케이스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알린다. 이날 쇼케이스에서 이승철은 12집 수록곡을 가장 먼저 들려주고 각종 히트곡 퍼레이드를 안기며 화려한 황제의 귀환을 알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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