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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강남 한복판, 고공 크레인에 칼에 찔린 시체가 목 매달려 있다. 시체가 응시하고 있는 곳은 강남경찰서. 죽음으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듯한 시체를 마주한 베테랑 형사 최창식(손현주)의 눈빛이 격하게 흔들린다.
용의 선상에 오른 시체운반책이 최창식에 의해 죽음을 맞으면서 사건은 수습 국면에 들어가지만, 그 순간 진범임을 자처하는 김진규(최다니엘)의 등장으로 사건은 다시 혼돈 속에 빠져든다. 김진규의 계산된 행동은 누군가를 죽이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 속으로 최창식을 몰아넣는다. 김진규의 등장으로 사건은 미스터리식 전개에서 최창식과 김진규의 심리싸움으로 전환된다.
거대한 반전이 드러나기까지 영화는 숨 돌릴 틈 없이 관객을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는다. 최창식이 휘말린 사건 자체가 치밀하게 설계된 것은 아니지만, 최창식의 심리에 온전히 집중해 매듭을 풀어가기 때문에 기대 이상으로 몰입도가 높다. 여느 범죄 스릴러 영화처럼 반전에만 기대지 않고 오히려 반전의 단서들을 은폐한 것은 꽤나 현명한 전략으로 보인다. 또한 잔혹한 장면이나 리얼한 격투신이 많지 않음에도 스릴러의 쾌감이 상당한데, 최창식의 표정과 핏발 선 눈빛, 심장을 두드리는 배경음악 덕분이다.
영화 초반부, 최창식은 신출내기 형사 차동재(박서준)에게 인간의 '우발적 본능'으로 인해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한다. 이 말은 영화 후반부에 다시 최창식에게로 비수가 되어 되돌아온다. 두고두고 곱씹게 되는 장면이다. 오는 14일 개봉.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