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모델 이영진의 패션人]이현이, 모델계 엄친딸의 반전인생①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5-04-29 16:13


K-드라마, K-무비, K-팝에 이어 이제 전 세계가 K-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모델은 물론, 디자이너들의 팬덤이 형성되는 등, 패션을 바라보는 시선은 들떠있다. 화려함만큼이나 치열함이 공존하고, 창의력만큼이나 지구력도 요하는 세상이 패션계다. 패션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을 위해 스포츠조선은 톱모델 겸 배우 이영진과 마주 앉았다. 2015년 '떡국열차'를 시작으로 또 다른 자신을 내어놓는 것에 주저 없는 이영진이 그의 패션인을 더 넓은 세계로 초대하기로 마음먹었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두 번째 주자는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는 모델 이현이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두 번째 인터뷰, 모델계 골 때리는 엄친딸 이현이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人-이현이 인터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16.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자주 볼 수 있게 된 이현이, 모델계 엄친딸로 활강하던 그는 예능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저벅저벅 들어와 도도한 표정을 지우고 유쾌한 웃음을 짓는다. 슈퍼모델로 데뷔해 승승장구, 세계 시장에서 활동했고 결혼 이후에는 예능으로 공간을 확장한 이현이의 인생을 들여다보았다. 이화여대 경제학도 시절의 스스로를 패션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는 그는 학창시절 추억을 만들고자 참가한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계기로 모델로 살게 됐다. 우연처럼 맞아들인 새로운 세상이었으나, 무명 시절 없이 승승장구했고 더 넓은 해외 무대에도 서보았다. 그리고 이제 한 사람의 아내로서, 사업가로서, 또 방송인으로서 이현이는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영진(이하 이)-과거의 자신을 패션테러리스트라고 말했던데, 무척 의외였어요.

이현이(이하 현)-기숙사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교복에 체육복, 심지어 코트까지 학교에서 정해준 옷이 있었어요. 그렇게 사복이 단 한 벌도 없는 시기를 지나 대학에 진학했는데 갑자기 밀어닥친 자유로 패션 아노미가 찾아왔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 초록바지에 빨간 티를 입는 등,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죠(웃음). 친구들은 지금도 그래요. 네가 어떻게 모델을 하냐고.


이-그래서 정말 어떻게 모델이 된 거죠?

현-패션잡지를 모델 데뷔하고 볼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니 모델이 될 생각은 하지도 않았죠. 대학시절 친구가 밴드 공연을 한다고 해서 보러갔는데 그 모습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악기를 배울 수는 없고, 연극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정말 의외인데요(웃음).

현-연극부에는 캐스트, 스태프, 기획이 있잖아요. 저는 캐스트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키가 너무 커서 상대배우가 맞는 사람이 없었어요. 결국 남장 역할만 하게 됐죠. 그러다보니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금방 그만두게 됐어요. 그러다 취업할 때가 찾아왔는데, 덜컥 겁이 났죠. 이대로 취직을 해버리면 내 인생에 하고 싶은 일은 더 이상 해볼 수도 없고 방학도 없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경험삼아 아니면 추억이라도 만들겸 모델을 한 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게 됐죠. 방법을 모르니까 포털 사이트에 '모델 되는 법'이라고 검색해보기도 했어요.

이-정말 엄친딸 스타일이네요(웃음). 검색해보니 뭐라고 나오던가요?

현-모델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학원비가 꽤 들더라고요. 학생이 돈이 뭐 있겠어요? 그래서 SBS 슈퍼모델대회에 지원하게 됐죠. 붙으면 무료로 교육시켜준다고 하니까(웃음). 그렇게 붙게 됐고 3개월 동안 합숙 훈련을 받게 됐어요. 처음으로 접하게 된 패션, 모델계였죠. 시험 공부하듯 공부했어요.

이-시험공부 하듯? 감이 잘 안 오는데요.

현-잡지 스크랩을 하기도 하고, 'A라인 스커트를 입을 때는 다리는 이런 모양', '청바지 광고에서의 포즈는 이렇게' 하는 식으로 수학공식처럼 외웠어요(일동 폭소).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人-이현이 인터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16.
이-오늘 정말 의외의 연속이네요. 처음 봤을 때 그런 과거(?)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현-언니가 절 처음 봤을 때는 그나마 올챙이 시절을 한참 지나고 모델로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니까요.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데뷔 직후에 조선희 작가님이 리바이스 카탈로그를 촬영하는데 신선한 뉴페이스 모델을 찾는다고 회사에서 추천을 받아 찍게 됐어요.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 과한 동작들을 보여드렸죠. '됐다. 너 집에 가라' 그러셨어요. 셔터는 단 한 번도 안 누르셨죠.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데 정말 울면서 갔어요. 그 다음부터는 방법을 바꿔봤죠.

이-어떻게 바꿨죠?

현-기존의 방식을 아예 버리고 선배들이 하는 것을 보고 몸으로 체득하려고 했어요. 일을 하면서 점점 나아진 거죠.

이-내가 본 이현이의 첫인상은 60~70년대 예민한 여배우 같은 느낌이었어요. 사실 사람들이 먼저 내게 이현이를 인지 시켜줬었죠. 일단 나와 닮았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고, 실제로 만났을 때 나도 인정했던 것 같아요.

현-선배님, 영광입니다(웃음).

이-2005년에 데뷔를 했고 2008년부터는 해외로도 나갔네요. 외롭거나 힘들지는 않았나요?

현-생갭다 외롭지는 않았지만, 좌절을 많이 느꼈어요. 사실 모델 데뷔하고 무명 없이 유명 패션지 화보를 찍게 됐었어요. 콧대가 높았죠. 그러다 해외를 나갔는데 현실을 직시하게 됐어요.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고, 무엇보다 그들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정말 다시 태어나는 것 밖에는 없었죠. 내 노력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회의감을 많이 느꼈어요.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人-이현이 인터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16.
이-얼마나 오래 있었죠?

현-2008년부터 2012년까지 있었지만, 중점으로 활동한 것은 3년 6시즌 정도였어요. 뉴욕의 안나수이 무대에 선 것이 기억에 남는데, 그 무대가 독특한 것이 캐스팅이 따로 없어요. 그러다보니 쇼 하루 전에 갑자기 연락을 받아 무대에 서게 됐어요. 또 피날레 가기 직전 안나수이가 나를 찾아 제일 앞에 서라고 하기도 해서 그 무대는 기억에 남아있죠.

이-언어적인 어려움은 없었나요?

현-패션계에서 쓰는 말들이 어렵지도 않고 기본적인 것들이라 그런 면에서는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어요.

이-사실 모델 중에 이지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스펙까지 갖춰진 이들은 별로 없잖아요. 큰 강점인 것 같아요. 거기다가, 성격은 유쾌하니 더더욱 시너지 효과가 생기는 것도 같고요.

현-그런데 이지적인 것이 저와 안 맞았던 것 같아요(웃음).

이-외모는 맞지만, 성격이 문제인거네요(웃음). 내가 본 이현이라는 사람은 자존감이 강해요.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죠. 보통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거기다가 함께 작업을 한 사람들로부터 늘 유쾌하다는 말을 듣곤 하죠. 그런 것들이 결합해 예능에서도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여준다고 봐요.

현-선배님, 저 타로점 보는 것 같아요(웃음). 예능은 정말 재미있어요. 방송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이 실은 있었는데, '속사정쌀롱'의 경우 녹화 일정이 기다려질 만큼 즐겁게 했죠. 그 이전에는 사실 모델 이현이로서 패션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방송에 나왔더라면, '속사정쌀롱'은 인간 이현이를 이야기할 수 있었던 시작이 된 프로그램인데 그 시작이 힘든 경험으로 남았다면 방송을 더 할 생각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 유쾌한 경험 탓에 더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인터뷰②에서 계속...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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