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미디어 환경, 주홍글씨는 지워지지 않는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4-29 05:46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사태의 발단은 MBC '무한도전'이었다. 새 멤버를 뽑는 '식스맨 프로젝트'의 최종후보에 오른 장동민에 대한 반대여론이 불거지면서 그의 과거 언행들이 도마에 올랐다. 여성 코디네이터를 향한 막말과 군대 후임에 대한 폭언, 장애인 비하 발언 등 도를 넘은 막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1년 전 방송된 팟캐스트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 뱉은 말들이었다. 결국 장동민은 사과의 뜻을 밝히며 '식스맨'에서 자진 하차했다.

그렇게 잠잠해질 줄 알았던 사태는 금세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이번엔 과거 삼풍백화점 생존자를 희화화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당시 생존자 중 한 사람이 장동민을 모욕죄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27일 알려지면서부터다. 팟캐스트에서 '의학적 효능을 이유로 오줌을 먹는 동호회가 있다'는 주제로 얘기를 나누던 중 장동민이 "옛날에 삼풍백화점 무너졌을 때 21일 만에 구출된 여자도 다 오줌 먹고 살았다. (그가 오줌 동호회의) 창시자다"라고 했던 발언 때문이다. 이번에 장동민은 KBS 라디오 '장동민 레이디제인의 2시'에서 하차했다.

그리고 사태는 또 다시 개그팀 옹달샘에서 함께 활동했던 유세윤과 유상무에게로 번지고 있다. 문제가 된 발언들이 세 사람이 함께 진행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나왔고, 두 사람 또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들을 했던 사실이 알려면서 이번 논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장동민의 피소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인 28일 세 사람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에 이르렀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일부에선 장동민을 향한 비난이 지나치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연예인에게 고위공직자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며 마치 인사청문회를 하듯 신상털기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 '마녀사냥'과 다르지 않다는 의견이다. 또한 장동민이 고소인 측에 직접 사과의 뜻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미 프로그램 두 편에서 하차한 만큼 반성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은 언젠가 한번쯤 터질 만한 일이 터졌다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장동민의 '막말'이 개그 콘셉트이긴 하지만 때로 불쾌감을 줬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발언 내용만 보면 장동민의 자질이나 가치관을 의심해 볼 만하다. 일반 대중이 아닌 특정 적극적 청취자를 대상으로 하는 팟캐스트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용인될 만한 수위는 아니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는 2012년 김구라 막말 파문을 연상시킨다. '독설 방송인'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김구라는 10년 전 인터넷 방송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출연 중이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자숙했다. 이후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인 '나눔의 집'을 매주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며 진심으로 속죄한 후에야 다시 방송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수많은 미디어가 생겨나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출연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장동민과 김구라는 특유의 독설로 인지도를 얻었고 이를 발판 삼아 인기 방송인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최정상의 위치에서 그 발언들로 인해 발목을 잡혔다.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이 아니라 인터넷 방송에서의 발언들이 문제가 됐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정제되지 않은 언행들이 음성과 영상으로 기록되어 짧게는 1~2년, 길게는 10년, 어쩌면 평생 동안 그 사람에게 주홍글씨로 따라붙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젠 과거가 과거로만 머물지 않고 언제든 현재진행형으로 소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장동민 사태가 다시금 상기시켰다. '과거는 묻지 마세요'라는 말이 더는 통용되지 않는 세상이 된 셈이다.

이번 사태는 장동민만의 문제는 아니다. 얼마든지 제2, 제3의 장동민 사태가 나올 수 있다. 지금 어딘가에선 제2의 장동민이 될까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문제가 표면화 되지 않았을 뿐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발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형태의 채널을 통해 양산되고 있다. 한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이번 장동민 사태를 거울 삼아 방송계 종사자들이 같한 경각심과 책임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을 듯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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