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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숨긴 형사와 거짓이라도 믿고 싶은 살인자의 여자, 두 남녀의 피할 수 없는 감정을 전도연과 김남길의 만남으로 그려낸 하드보일드 멜로 '무뢰한'이 제 68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면서, 15년 만의 연출작을 칸 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이게 된 오승욱 감독이 주목 받고 있다.
그리고 15년 만의 연출 복귀작인 '무뢰한'을 통해 오승욱 감독은 또 한번 한국 멜로 영화가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멜로 영화 특유의 유려한 화면이나 화려한 스타일 이전에 범인을 잡겠다는 목표에 중독돼 그 수단의 선악을 가리지 않는 '무뢰한'인 형사와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간 애인을 기다리며, 자신에게 고통을 준 세상과 맞장 뜨는 '무뢰한'인 술집여자의 강렬한 캐릭터에 우선 방점을 찍는다. 그리고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 하지만 서서히 스며들 듯 그 감정으로 인해 삶이 흔들리는 두 남녀의 밑바닥 사랑을 통해,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기에 누구에게나 거칠고 생생할 수 밖에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른 시선으로 들여다 본다.
한편, 오승욱 감독에게서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건네 받았고, 그로부터 예술가의 정점에 있는 배우라는 극찬을 끌어낸 전도연은 함께 하드보일드 멜로 '무뢰한'을 만들어간 소감에 대해서 "남자들의 세계 한복판에 홀로 있는 영화 속 김혜경처럼, '무뢰한' 현장의 나 또한 남자 영화만 주로 만들던 스태프들 한 가운데의 섬 같은 존재였다. 감독님 스스로 여자를 잘 모른다고 말씀하셨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김혜경을 표현함에 있어서, 행여 남성의 시선으로 대상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고민하셨다. 그리고 내가 연기하는 김혜경을 통해 오히려 그녀를 찾아갔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캐릭터의 시선을 가지고 나와 함께 '김혜경'을 만들어 가 주셨다"며 오승욱 감독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다. 또한 정재곤 역의 김남길은 "전도연, 곽도원, 박성웅 같은 선배님들 사이에서 연기하는 나에게 무한한 신뢰를 실어주셨다.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정재곤은 김남길이지. 김남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정재곤이 있다'라는 말로 힘을 실어주셨다. 감독님의 그 신뢰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했다"라며 오승욱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