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드라마 3편, 향후 기상도는?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5-04-20 05:51


계절이 바뀌듯 화제의 새 지상파 드라마가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한 주 첫 선을 보인 세편의 드라마. 향후 기상도를 점검해본다.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 - 무혈입성

(기상도 ★★★★★)

(시청률 1회 - 15%)

운이 좋다. 경쟁 드라마가 없다. 당초 '이혼 변호사는 연애중'과 붙을 뻔 했다. 하지만 SBS가 9시대 주말 드라마를 폐지하면서 드라마 경쟁작이 아예 없어졌다. 주말 밤에는 기본 드라마 시청층이 있어 큰 탈만 없으면 순항할 수 있다. SBS 예능프로 '아빠를 부탁해'가 방송이 거듭될수록 화제를 모으며 시청층을 흡수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드라마와 예능 시청층은 다르다.

지난 18일 첫 방송에서의 눈길끌기도 성공적이었다. 우선 주요 인물의 캐릭터가 확실했다. 김정은은 억척녀, 이태란은 가식녀, 하희라는 의뭉녀다. 이들 간 얽히고 설키는 관계구도가 빠른 전개 속에 펼쳐졌다. 또 다른 축인 사건도 통속적인만큼 대중성을 담보한다. 주 타깃인 주부 시청층의 관심을 끌만한 '학원폭력'과 '재벌가' 소재가 사건을 전개시키며 캐릭터에 흡착할 전망.

다만, 지나치게 과한듯한 느낌을 얼마만큼 세련되게 눌러가며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을지가 '대박' 여부의 관건이 될 전망. 코믹여왕의 느낌이 강한 주인공 김정은이 씩씩하고 밝은 캐릭터 속에 아이를 잃은 엄마의 절절하고 아릿한 감성을 현실성 있게 표현해내느냐에 따라 시청자 공감도가 달라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연기 잘 하고 호감형인 하희라 이태란인데 이들이 1회부터 커피를 얼굴에 뿌리며 대립하는 설정은 조금 과하고 빠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MBC 월화드라마 '화정' - 거물급 잠룡


(기상도 ★★★★)

(시청률 1회 - 10.5%, 2회 - 11.8%)

요즘 드라마는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다. 시청 패턴의 변화로 시청률만큼 화제성도 중요하다. '시청률+화제성'이 동시에 담보될 때 비로서 '대박 드라마'란 타이틀이 붙는다. 그런 면에서 '화정'의 잠재력을 주목할만 하다. 거물급 잠룡이다. 일단 '화정'은 사극의 성공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주인공의 역경 극복 스토리와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 화려한 캐스팅과 성공 가도를 달린 제작진 등 풍부한 잠재력을 품고 있다. 예능프로 '삼시세끼'로 현재 가장 주목받는 배우 차승원의 캐스팅도 입소문을 내는 요소다.

지난 1,2회에서 '화정'은 빠른 전개로 눈길을 사로 잡았다. 광해(차승원)가 선조(박영규)의 승하 후 왕위에 오르는 과정이 숨가쁘게 펼쳐졌다. 인목대비(신은정)로부터 옥새와 교지를 받지 못한 광해는 설득과 협박의 강온 전략을 펼치며 결국 목적을 이룬다. 선한 정치를 펼치고자하는 광해가 음모가 난무하는 정치라는 현실의 벽에 막혀 변해가는 모습이 포인트가 될 전망. '화정'은 2회만에 강력한 경쟁작 '풍문으로 들었소'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월화극 1위에 등극했다.

앞으로 잠룡의 꼬리표를 떼고 역대급 사극으로 남기 위해서는 인물과 사건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관건이 될 전망. 화려한 멀티 캐스팅은 화제성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는 반면, 자칫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조성하(강주선 역), 이성민(이덕형 역), 엄효섭(홍영 역), 김창완(이원익 역) 등 대사를 많이 주고 싶은 연기파 배우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과한 욕심을 부릴 경우 자칫 산만하고 복잡해 질 수 있다. 얼마만큼 메인 스트림을 잃지 않고 집중력 있는 스토리를 전개해 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SBS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 뒷심이 관건

(전망도 ★★★)

(시청률 1회 - 6%)

최근 SBS 드라마국은 부진한 주말 드라마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급기야 9시대 주말극 폐지라는 굴욕까지 맛봐야 했다. 오랜 부진을 단숨에 만회할 수는 없더라도 나아질 거란 '희망'부터 찾아야 할 시점. 그런 면에서 새로 시작한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은 작은 희망의 불씨를 던진 작품이었다. 전작인 '내 마음 반짝반짝' 최종회 시청률 인 5.2% 보다 높은 6%로 출발했다.

경쾌하고 확실한 캐릭터 플레이가 펼쳐진 첫 방송은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주변 사람에게는 '처키'같은 무시무시하고 비호감스러운 존재지만 오직 일 하나로 승부를 보는 이혼 변호사 고척희(조여정 분)와 원리원칙주의자인 사무장 소정우(연우진 분)의 캐릭터가 잘 표현됐다. 고척희가 여배우의 이혼과 그 남편의 자살에 휘말리게 되는 사건 속에 관계가 재 정립되며 티격태격 로맨틱 코미디가 펼쳐질 공간을 확보했다.

일단 타 방송사 경쟁 드라마인 '여왕의 꽃', '징비록'과의 차별화에는 성공한 느낌. 진중한 경쟁작에 비해 살짝 과할 정도로 코믹적 요소를 가미해 극 분위기를 가볍고 경쾌하게 끌고 갔다. 그러면서도 무의미한 코믹 플레이만 반복하지 않고 착실하게 사건을 진행시켰다. 최근 '여왕의 꽃'이 초반 기세를 살리지 못한채 주춤하고 있는 점은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에게 호재가 될 전망. 사극인 '징비록'과는 장르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래 준비한 만큼 큰 흔들림은 없을지 모르지만 반응에 따른 순발력 있는 대응이 관건이 될 전망. 등장 인물과 사건을 치밀하게 엮어가지 못할 경우 공감도 떨어지는 유치한 로맨틱 코미디로 전락할 수 있다. 초반의 화제를 뚝심있는 뒷심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가 SBS 주말 부진 탈출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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