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지만, 눈물이 난다. 직장인의 애환 다룬 '미생' 게임들

이덕규 기자

기사입력 2015-04-09 16:12


엔가든의 '직장의 달인'

퀵터틀의 '내꿈은 정규직'



'~대학교 ~과 취업률 몇 %', '취업전쟁보고서', '인문대생 90%가 논다는 인구론'같은 제목의 기사는 읽지 않아도 이미 아는 내용이다. 취업이 뭐기에 20대 청춘이 아프기만 할까. 취업과 직장생활로 힘든 두 친구들을 게임으로 만나보자. 아마 20대라면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 혹은 내 이야기 같은 게임. 직장에서 툭하면 해고당하기 일쑤인 '직장의 달인'과 면접을 몇 번씩이나 떨어지고 마는 '내꿈은 정규직'이다.

별별 이유로 돌연사 하고 마는 게임 '살아남아라 개복치!'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이 게임들의 매력은 직접 해보면 알 수 있다.

게임 속 두 친구의 눈물겨운 직장생활을 플레이해봤다.


취업률 높기로 유명한 정수기학부 물뜨기학과.
요즘 많은 대학들이 취업률만을 강조하면서 인문예술학부는 사라지고 취업률이 잘나오는 학과로 학과 통폐합을 단행하고 있는 와중에 이런 걸 보면 마음이 씁쓸하다. 이러다 아예 기업에 맞춘 S전자학부, H자동차학과가 생기는 것은 아닐지.

명문대를 나왔다. 그러나 해고당하기 일쑤인 '직장의 달인'

'직장의 달인'의 ?주인공은 취업률 높기로 유명한 SKY대 정수기학부 물뜨기학과를 졸업한 초 엘리트이다. 하지만 고스펙에도 작은 회사에 이력서를 넣고 연락만을 기다릴 정도로 취업은 어렵기만 하다. 주인공이 회사에 합격한 뒤 게임은 시작된다. 맨 끝자리 컴퓨터 앞에 앉은 신입은 이제 상사들이 시키는 일과, 물을 떠오는 일을 수행해야 한다. 본인 일 수행하랴 상사의 물심부름, 바닥에 떨어진 휴지 줍기. 다행히 일을 하다보면 상단 게이지가 차면서 연봉 협상에 들어간다. 회사가 어렵다는 말로 사장님은 연봉 동결을 하고 주인공의 멘탈은 점점 강해진다.


연봉 협상하러 갔더니 멘탈만 강해지고, 사장님의 옷이 점점 좋아 보여...
일정량 일하다 보면 퇴근버튼이 뜬다. 재빨리 눌러 칼퇴근을 해야 생존 일수가 늘어난다. 게임에선 상사눈치 보지 않고 칼퇴근을 하면 된다. 불시에 사장님이 방문하기도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무사히 넘어가기도 한다. 이쯤만 보면 주인공을 오래 생존시켜 승진하는 게임처럼 보인다. 사실은 의욕 상실로 회사를 그만두거나 해고당할수록 좋은 게임이다. 이를테면 '키보드 소리가 너무 커서', '침 뱉은 것이 들통 나서'같은 이유로 잘리면 코인을 벌고 멘탈 성장 보너스가 증가된다. 너무 의욕이 금방 상실되는 거 아니냐. 툭하면 해고다 싶다가도 다음엔 어떤 이유로 회사에서 잘릴지 궁금해지는 게 이 게임의 매력이다.


커다란 빌딩 앞 주인공이 면접을 잘 보리라 다짐하며 날리는 멘트가 플레이어의 눈물을 뽑아낸다.
취업이 안돼서 놀 수밖에 없는 취준생들. 계속 자소설 쓰고,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있어요! 기업 보는 눈이 높은 거 아니냐는 말도 이제 그만!!!

멘트가 눈물겨운 '내꿈은 정규직'

'직장의 달인'이 갖가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해고당해 재미를 줬다면 '내꿈은 정규직'은 좀더 현실적인 멘트를 날린다. 대학을 갓 졸업한 주인공의 면접으로 게임은 시작된다. 커다란 빌딩 앞에서 면접을 다짐하는 말을 보는 게 재미다. '15번째 회사... 더 이상 면접 보러 가기가 싫어도 갚아야 할 학자금을 보면 의지가 샘솟는다. 고맙다! 학자금!'같은 말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면접심사 후 합격이 되면 일개 인터의 자리를 얻는다. 사장부터 직급 순으로 앉아서 일을 수행하게 된다. 상사의 느낌표를 누르면 일을 받게 되고, 컴퓨터 옆 서류뭉치가 탑처럼 쌓인다. 체력을 얕보고 일을 하다간 몸이 나빠져 자진사퇴하거나 일이 없다는 이유로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 잘리기도 한다. ?어려운 면접을 거쳐 인턴으로 들어가도 정규직이 되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 가끔씩 발생하는 이벤트는 승진확률을 좌우하니 잘 판단해야한다.


직급별로 앉아있어 맨 아랫자리가 인턴의 자리다. 언제쯤 정규직이 될 수 있을까.
쌓인 일을 하다보면 창문으로 밤이 되어가는 걸 볼 수 있다. 일을 하면서도 알바도 병행해야 하는 것도 슬프기만 하다.

게임을 친구에게 소개해주자 친구가 말했다.? "아니 요즘 취업이 얼마나 힘들기에 이런 게임까지 나와." 잠시 눈물부터 닦자. 게임을 만든 개발자도 면접을 정말 많이 봤단다. 이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게임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기자가 앞으로 겪어야할 일들이기에 눈물이 나지만, 손에서 놓기가 어렵다. 개복치만큼이나 매력은 충분하다. 툭하면 해고당하고 자진 사퇴하고 말지만 포기란 없다. 힘내라! 직장인!

임태미 기자(tae_m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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