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人] 이영진의 반전, 봉만대에서 런웨이까지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5-04-08 15:16


3월 26일 한남동 하얏트호텔 제이제이마호니스에서 열린 '럭키슈에뜨 2015 F/W 컬렉션'에 참가한
모델 이영진
한남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3.26/

2015년의 이영진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반전이다. 그리고 그것은 봉만대로부터 시작됐다. 이영진과 봉만대, 가히 획기적인 만남이었다.

모델에서 시작, 영화 '여고괴담-두번째 이야기'로 배우로 데뷔, 몇 편의 영화와 드라마로 모습을 드러내왔지만, 이영진은 그녀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 속에 잠식됐다는 느낌이 컸다. 아니, 거꾸로 말하자면 우리가 이영진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떡국열차' 속 전혀 다른 얼굴로 등장한 그녀는 지금까지의 이영진을 지우고 새로운 그림을 그린 듯한 느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예전부터 틸다 스윈튼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지만 말이다.

디자이너들은 국내 모델 중 매니쉬한 스타일을 가장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모델로 이영진을 꼽는다. 그러나 영화 '환상 속의 그대'에서 긴 머리를 수더분하게 기른 이영진의 얼굴을 보면 또 다른 분위기가 피어오른다. 가느다랗고 여리여리한 선이 파워풀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달까. 그녀 자체가 곧 반전이다.


3월 26일 한남동 하얏트호텔 제이제이마호니스에서 열린 '럭키슈에뜨 2015 F/W 컬렉션'에 참가한
모델 이영진
한남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3.26/
인간 이영진 역시 차가워 보이는 인상 속에 여러 가지 온도들이 레이어드 돼있다. 포토월에 선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에서는 세상살이에 무심한, 흔히들 시크라고 표현하는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디자이너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꼼꼼하게 스케줄을 짜서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컬렉션에 참석하는 모습이나, '한창 활동하는 모델 후배들을 보면 런웨이가 그립지 않냐'는 질문에 "선배 모델들이 상징적으로 런웨이에 서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내가 다시 런웨이에 오르는 것은 결국 후배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 아니냐"는 답을 하는 열렬한 의리파이기도 하다. 꾸준한 운동과 엄격한 식단관리로 스스로를 꽉 옭아매며 살아갈 것 같은 얼굴 속에는 늦은 새벽 시간 지인의 문자에 흔쾌히 "콜!"을 외치며 나가 야식을 먹는 그런 일상도 있다.

2015 F/W 서울패션위크의 엿새를 함께 한 이영진에게서 그런 무수한 반전의 흔적을 엿봤다. 그동안 그녀에 대해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구나 싶었던 어느 날, 럭키슈에뜨(LUCKY CHOUETTE) 2015 F/W 컬렉션 런웨이에 오른 '모델' 이영진을 만났다. 성큼성큼 눈앞에 다가오는 이영진의 캣워크는 어째서 그녀가 오랜 시간 동안 편견 속에 잠식되어왔는지를 다시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만큼, 찰나의 순간 그녀가 뿜어내는 에너지가 강렬했다.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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