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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사법정의와 현실, 영화와 드라마에 사적 복수가 등장하고 있다.
범죄 피해자의 사적 복수는 내용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막론하고, 스릴러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종종 다뤄졌다. 지난해 초 개봉한 영화 '방황하는 칼날'은 딸을 성폭행하고 죽게 만든 가해자들을 살해한 아빠의 이야기를 그렸고, 영화 '테이큰'에서 리암 니슨은 납치당한 딸(1편)과 아내(2편)를 구출하기 위해 범죄자들과 맞서 싸운다.
경찰이나 검찰 같은 공권력이 법의 힘으로 가해자들을 처단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이야기는 드물기도 하거니와 좀처럼 인기가 없다. 사적 복수를 다룬 작품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건 법과 권력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법이 가해자는 보호해도 피해자들은 구제하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이 영화와 드라마에 투영돼 있다. 실제로 신문 사회면에는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를 살해하거나 폭행하는 보복 범죄 사건이 종종 오르내리기도 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사적 복수가 비현실적이지만 판타지를 부추기는 건 일종의 대리만족을 선사하기 때문"이라며 "법과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건드리는 작품들이 잇따르는 건 그만큼 현실이 암울하다는 방증이다"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