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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창사 24년 만에 9시대 주말극을 폐지했다. 평균 50부 이상 장편 드라마가 편성되던 주말극 시간대를 20부작 미니시리즈로 개편한지 불과 5개월 만이다. 막장극을 지양하고 신인작가와 신인배우를 적극 등용하겠다던 SBS의 실험도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를 두고 '막장극의 완승'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희대의 악녀 연민정을 탄생시킨 '왔다 장보리'는 물론이고 '왔다 장보리'의 바통을 이어받은 '장미빛 연인들'도 납치극, 불륜,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 소재를 버무려 시청자를 공략하고 있다. 그 사이 SBS 9시 드라마는 줄줄이 쓴맛을 봤다. '떴다 패밀리'에 앞서 방송된 '모던 파머'와 '기분 좋은 날'은 착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줄곧 한 자릿수 시청률로 고전했다.
최근 주말 9시대는 케이블 채널과 종편까지 드라마에 가세해 경쟁이 한층 뜨거워졌다. 중장년층을 겨냥한 막장극은 MBC에서, 젊은층이 선호하는 미니시리즈는 케이블과 종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주요 시청층은 중장년층이면서 드라마 내용은 미니시리즈를 지향한 SBS의 전략적 오류도 실패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쟁자가 사라진 무주공산에서 MBC 주말극이 얼마나 시청률 상승을 이뤄낼지, SBS가 예능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지, 향후 주말 안방의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