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개국 이래 초유 주말극 폐지, 어떤 영향 있을까?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3-17 07:39


사진제공=SBS

SBS가 창사 24년 만에 9시대 주말극을 폐지했다. 평균 50부 이상 장편 드라마가 편성되던 주말극 시간대를 20부작 미니시리즈로 개편한지 불과 5개월 만이다. 막장극을 지양하고 신인작가와 신인배우를 적극 등용하겠다던 SBS의 실험도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9시대 주말극 폐지의 불명예를 떠안은 비운의 드라마 '떴다 패밀리'는 지난 1월 3일 시청률 4.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해 지난 15일 시청률 2.3%로 막을 내렸다. 20회 평균 시청률은 3.2%. 방영 내내 애국가 시청률이란 오명이 뒤따랐다.

반면 동시간대 MBC 주말극은 승승장구했다. 이날 '장미빛 연인들'은 이날 24.2%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지켰다. MBC 주말극이 SBS 경쟁작은 물론이고 주말 최강자로 군림하던 KBS2 '개그콘서트'까지 따돌린지 이미 오래다.

이를 두고 '막장극의 완승'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희대의 악녀 연민정을 탄생시킨 '왔다 장보리'는 물론이고 '왔다 장보리'의 바통을 이어받은 '장미빛 연인들'도 납치극, 불륜,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 소재를 버무려 시청자를 공략하고 있다. 그 사이 SBS 9시 드라마는 줄줄이 쓴맛을 봤다. '떴다 패밀리'에 앞서 방송된 '모던 파머'와 '기분 좋은 날'은 착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줄곧 한 자릿수 시청률로 고전했다.

최근 주말 9시대는 케이블 채널과 종편까지 드라마에 가세해 경쟁이 한층 뜨거워졌다. 중장년층을 겨냥한 막장극은 MBC에서, 젊은층이 선호하는 미니시리즈는 케이블과 종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주요 시청층은 중장년층이면서 드라마 내용은 미니시리즈를 지향한 SBS의 전략적 오류도 실패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SBS는 오는 21일부터 주말 9시대를 예능 시간대로 개편한다. 토요일엔 설 연휴 파일럿에서 호평받은 '아빠를 부탁해'가 차지했고, 일요일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이동 편성됐다. 드라마를 보지 않는 예능 시청층을 적극 흡수하겠다는 복안이다.

경쟁자가 사라진 무주공산에서 MBC 주말극이 얼마나 시청률 상승을 이뤄낼지, SBS가 예능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지, 향후 주말 안방의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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