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수에게 음악캠프란? "친구, 애인, 삶 자체"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3-13 08:09


사진제공=MBC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제 삶 자체인 것 같습니다."

무려 25년, 횟수로 9132회, 하루 2시간씩 총 1만 8000시간, 동일 타이틀의 동일 DJ 최장수 음악방송.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걸어온 길이다. 1990년 3월 19일 첫 방송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청취자를 만나온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오는 19일 대망의 25주년을 맞이한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디스크자키 배철숩니다."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배철수는 언제나 한결같은 그 인사말을 건네며 지난 시간들을 자축했다. "솔직히 너무 오래했다"고 유쾌한 농담을 하면서도 "우리 프로그램은 25년 전에도 젊은 프로그램이었고, 25년이 흐른 지금도 늙지 않고 여전히 젊다. 대한민국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 가장 청취층이 넓고 자기주도적으로 듣는 분들이 많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함께한다는 사실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여전히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이유는 음악에 있다. 앨범에서 음원으로 음악 소비 형태가 바뀌고 K팝 열풍 속에 팝 음악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지만,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25년간 팝 음악만을 고집해 왔다. 매일의 선곡표에는 과거의 팝 음악이 아닌 현재 사랑받는 히트곡들이 주를 이룬다. 메탈리카, 딥 퍼플, 제이슨 므라즈, 블랙 아이드 피스, 비욘세, 리한나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도 이 프로그램을 찾았다. 배철수는 "팝은 단순한 영미 대중음악이 아니라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대중문화 중 하나"라고 팝의 존재 가치를 설명했다. 배순탁 작가는 "팝 음악을 전문적으로, 그리고 동시대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창구가 '배철수의 음악캠프'밖에 없다고 생각해 현재 사랑받는 음악을 많이 선곡한다"고 말했다.

배철수는 "이렇게 오래 방송하게 될 줄 몰랐다"면서 25년 전 '음악캠프'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엔 밴드 음악을 하고 있어서 라디오 진행은 잠깐만 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나와 잘 맞았다. 음악을 하는 것보다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더 재미있어서 음악을 접고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철수의 진행 스타일이 당시 방송 환경에는 잘 맞지 않아서 방송국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청취자들도 배철수가 1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고 배철수도 "1년만 넘기자는 생각이었다"고 했지만, 모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배철수는 "앞으로 얼마쯤 더 하고 싶다는 생각 같은 건 전혀 없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재밌게 보내자는 생각뿐이다"라고 했다.

배철수는 DJ로서 자신의 장점을 "뜻밖의 성실함"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모르는 음악은 소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방송 시작 2시간 전부터 스튜디오에 나와 준비를 한다. 반면에 단점은 "입바른 소리를 못한다는 것". 또 "따뜻함과 배려가 부족하고 고집이 세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런 솔직함 때문에 청취자들은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사랑한다.

배철수가 없는 '음악캠프'를 상상할 수 있을까. 배철수는 "끝이 오는 순간을 매일 매일 생각한다. 여행 계획을 세워보기도 한다. 그런데 그 생각들이 별로 소용 없는 것 같다. 오늘의 방송을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배철수에게 '음악캠프'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애인이자 삶 자체"이다. 그는 "나에게서 이 프로그램을 떼어내면 남는 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리고 "만약 내가 떠난다면 유명 선수들의 등번호를 영구결번하듯 이 프로그램을 영구폐지 했으면 좋겠다"며 깊은 애정을 보탰다.


배철수는 언제나 직업란 맨 앞자리에 '디스크자키'라고 쓴다. 그만큼 자부심이 크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대한 바람은 소박하다. 그는 "힘든 하루를 보낸 사람들이 퇴근길에 좋은 음악으로 위로받고 디제이가 던진 실없는 농담에 피식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그것이 우리 프로그램의 존재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방송 25주년을 맞아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특별 생방송 '라이브 이즈 라이프(Live is Life)'를 진행한다. 첫 날인 13일(금)에는 이승환밴드, 부활, 킹스턴루디스카, 박주원밴드 with 말로가 참여하며, 14일(토)에는 넥스트, 시나위, 크라잉넛, 바리abandoned, 마지막 날인 15일(일)에는 장기하와 얼굴들, 강산에밴드, 타니모션, 윈터플레이가 출연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