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천만 시대..애니멀 예능 전성기 올까?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2-12 08:03



최근 가장 '핫'한 예능 스타는 다름 아닌 산체다. 산체는 tvN '삼시세끼-어촌편'에 등장해 출연진과 시청자의 마음을 훔쳐간 귀여운 강아지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산체의 애교에 한겨울 매서운 바닷바람 맞으며 낚시질을 하던 고단함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산체의 인기는 차승원-유해진 콤비 못지 않다. 산체와 같은 장모치와와 종의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얘기도 자주 들려온다.

앞서 '삼시세끼-정선편'에는 이서진과 미친 케미를 자랑하던 염소 잭슨과 제법 용맹한 아기 강아지 밍키가 있었다. 그밖에도 길고양이 멀랜다, 5인조 닭그룹, 동네 개 해롤드와 자칼 등 제작진이 이름지어 준 수많은 동물들이 카메오 출연하듯 수시로 등장해 감초 같은 재미를 더하곤 했다.

이제 리얼 예능에서 동물은 하나의 필수 요소처럼 자리잡는 모양새다. SBS '룸메이트2' 출연진은 애완견 오이를 함께 키우고 있고, KBS2 '인간의 조건' 출연진도 5일장에서 개 똑순이를 만나 집으로 데려왔다. 산체만큼 막강한 존재감은 아니지만, 동거하는 공간에 들어온 동물들은 출연진의 새로운 모습을 이끌어내는 촉매제가 되어 프로그램에 쏠쏠한 재미를 더하고 있다.

아예 동물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도 나왔다. MBC '일밤-애니멀즈'는 인간과 동물의 교감에 초점을 맞췄다. '유치원에 간 강아지' 코너에선 4~5살 유치원생 아이들과 강아지들이 서로 어울리고, 'OK목장'에선 타조, 돼지, 염소, 양, 당나귀 등 낯선 동물들과 함께 생활한다. 아직 산체만큼 눈에 띄는 동물도 없고 시청률은 3~4%로 부진하지만, 동물, 육아, 생태, 체험 등의 주제를 아우르며 이를 예능적으로 융합시키려는 제작진의 시도는 참신하다.

아기(Baby), 미녀(Beauty), 동물(Beast)이 등장하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광고의 '3B 법칙'도 있지만, 그중에서도 '동물'이 TV 프로그램의 새로운 흥행 카드로 주목받게 된 건 애완동물 인구의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 사는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20%에 이른다. 펫(Pet·애완동물)을 패밀리(Family·가족)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의 '펫팸족(族)'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앞서 MBC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한 1인 가구 예능이 각광받은 것처럼 동물 예능의 인기도 이같은 사회 현상의 반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동물은 예능에서 다루기 쉽지 않은 주제다. KBS1 '동물의 왕국'이나 SBS 'TV 동물농장'처럼 장수하는 동물 프로그램들은 예능보다는 교양적 성격이 강하다. 통제 불가능한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예능적 재미를 뽑아내기가 만만치 않다. 중국에서 발생한 개홍역 바이러스로 인해 '애니멀즈'의 곰 세마리 코너가 방영 3주만에 종영한 것처럼 통제하기 힘든 외부 돌발 변수도 많다. 자칫하면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이기 십상이라 제작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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