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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와 힐링이 필요한 시대. 왜일까. 격하게 공감하지만 이유는 손가락 지문처럼 제 각각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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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일상의 익숙함과의 과감한 이별을 조용히 권한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여행은 고정되어 있던 것, 단단하게 굳어가던 마음을 한번씩 흐트러뜨려 질서를 다시 잡고, 뭉친 마음의 근육을 풀어주는 처방전과도 같다'고 말한다. '여행'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오롯이 담긴 정의다.
그렇다면 일상을 박차고 떠나야 할 시점은 언제일까. '무언가 결정해야 하는데 판단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될 때, 정해진 삶의 패턴에 익숙해져 그 익숙함을 흔드는 무언가에 거부 반응이 일어날 때, 고마운 사람들에게 오히려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질 때, 통장에 적힌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체크하며 나도 모르게 안주하려 할 때, 큰마음을 먹고 전해줬을 선물에도 딱히 감동하지 못할 때, 터벅터벅 힘없이 돌아오는 퇴근길이 늘어갈 때, 잘 지내냐는 물음에 "그냥 똑같지 뭐."라고 대답하는 나를 발견할 때, 그때가 바로 익숙함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때'라고 힘줘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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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여행'은 내 안에 잠재돼 있던 숨은 감정을 샘솟게 한다. 낯 선 사람, 낯 선 공간이 버티고 있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레임과 정량으로 비례하는 왠지 모를 두려움. 삶을 여정이라고 하는 건 바로 여행의 이러한 성격 때문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톰 행크스의 벤치에 나란히 앉은 부인에게 툭 던진 한마디(인생은 쵸콜릿 상자와 같은거야. 네가 무엇을 얻게될지 결코 알지 못하지.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You never know what you're going to get.)가 문득 떠오른다. 여행은 자신을 주인공 삼아 스스로 완성해가는 한편의 영화와도 같다. 스스로에 대한 초집중의 시간 속에 나 자신도 몰랐던 내 안의 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
읽고 나면 자칫 허탈하기 쉬운 숱한 에세이.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다. 누구나 읽기 쉬운 글로 공감지수가 높은 글을 풀어내는 작가는 자신의 내공을 한껏 쏟아냈다. 정신 없이 달려온 삶은 중간 휴게소에서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 작가가 발품 팔며 직접 찍은 감성 돋는 사진들 만으로도 왠지 큰 걸 거저 얻은듯한 횡재감이 든다. 사진이 선사하는 여백을 품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다보면 어느덧 커피 한잔이 생각난다. 담배 끊지 않은 사람이 왠지 부럽게 느껴지는 순간. 한번쯤 경험해 보시길….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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