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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김명민도 긴장할 때가 있나 보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에 이어 4년만에 선보인 속편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주연배우로 만난 자리.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김명민이 영화를 본 소감을 물어왔다. 호의적인 감상평과 함께 언론시사회에서의 유쾌한 분위기까지 전하니, 긴장된 표정이 다소 누그러진다. 만족감과 기대감이 여유로운 웃음 속에 슬며시 묻어 나왔다.
"코미디라고 해서 일부러 웃기려 하진 않았어요. 장르가 달라도 연기의 접근법은 다 비슷합니다. 캐릭터와 작품에 따라 감정의 골을 얼마나 깊이 건드리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허당스러운 모습을 연기할 때도 몰입이 필요해요. 유쾌한 작품이지만 극의 중심을 잡기 위해선 코미디와 드라마 사이에 힘의 안배를 해야 하죠."
김명민은 어떤 작품에서든 온전히 캐릭터 자체로 존재한다. '하얀거탑'의 장준혁 과장,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명불허전 캐릭터가 그의 연기를 통해 완성됐다.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김민도 그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매김 할 것 같다. 그 비결은 과연 뭘까. 쑥스러운 듯 대답을 살짝 망설이던 김명민은 '집요함'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성향 탓에 김명민은 연기 후유증을 혹독하게 겪곤 한다. 극한 상황에 놓인 힘겨운 캐릭터를 연기한 뒤엔 대인기피증이나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래서 작품을 마친 뒤 "알몸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 즉 가족과 반드시 여행을 떠난다.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한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를 마치고는 미국에서 두 달을 보냈다. 여행 기간이 길수록 캐릭터가 남긴 황폐함이 컸다는 뜻인데,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비밀'을 마친 뒤엔 일본에서 고작 2박3일만 보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선 캐릭터 안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과정이 비교적 수월했어요. 그런데 가족들은 여행이 짧으니까 '이게 뭐냐'며 서운해 하더라고요. 그래도 오랜만에 아들녀석도 신나게 볼 수 있는 영화라 참 좋습니다."
1편에서 사건 의뢰인으로 만난 서필 역의 오달수는 2편에서 수사 파트너가 돼 의기투합한다. 쿵짝이 잘 맞는 김명민과 오달수 콤비의 활약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다. 셜록과 왓슨이 부럽지 않다. 실제로도 만나기만 하면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만담하듯 수다 삼매경이라는 두 사람. 이번 작품으로 더 한층 농익은 두 사람의 호흡을 앞으로 또 다른 작품에서도 만나고 싶다.
"한국영화계에서 시리즈물이 제작된다는 건 상당히 의미가 있어요. 보호 차원에서도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관객들이 지켜주셔야 합니다.(웃음) 1편 제작할 때 이미 2편, 3편을 구두계약 했어요. 2편 반응 봐서 3편도 나오겠죠. 다만 4년 간격은 좀 길지 않나요? 월드컵도 아니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2년마다 설 연휴에 개봉. 이게 딱 좋겠네요.(웃음)"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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