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넘긴 김창완은 왜 '중2 병'을 노래로 만들었을까?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5-02-06 05:56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05.

대한민국의 전설적인 록 그룹 산울림의 음악적 감각을 재현하고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는 김창완 밴드가 세 번째 정규앨범 '용서'를 발표했다.

희망과 소통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중2'. 환갑을 넘긴 김창완(61)이 이끄는 밴드가 중학교 2학년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게 되는 심리적 상태를 빗댄 '중2병'을 노래했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2병'은 '난 남들과 달라' '난 남보다 우월해'라는 태도로 허세를 부리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5일 KT&G 상상마당 홍대 라이브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연 김창완은 "중2는 인생을 살면서 가장 유아독존적인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너무 몰인정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희망과 소통만을 강조하는 현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함축적으로 느끼게 하는 단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용서를 통한 소통의 장'이란 메시지를 담는데 '중2'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노래를 발표하기에 앞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 김창완은 실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중2'의 가사를 보여줬다. 그 결과 돌아온 대답은 "거의 비슷한데 중2는 이렇지 않아요"였다.

김창완은 "대답에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이 노래 가사대로 하려면 중3이다'며 '중3이나 되어야 노래에 나오는 것처럼 뭘 하겠다는 마음이 생긴다'고 하더라"며 "그러나 이 또한 어른들이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손내밈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중2'를 듣고 너무 심각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한다. 제일 첫 느낌은 유쾌함이었으면 좋겠다. 쉽게 말해 중2의 도발을 포용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쇼케이스 무대에 선 김창완은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이 눈길을 끌었다. 김창완은 "드라마 '비밀의 문' 촬영이 끝나고 수염을 계속 기르고 있다"며 "3월부터 방송되는 MBC 사극 '화정'에 출연하는데, 그게 너무 오래 걸리는 작품이라 수염을 기르기로 했다. 촬영 중 수염을 뗐다 붙였다하는 것도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05.
지난 1977년 산울림 1집 '아니벌써'로 데뷔한 김창완은 그동안 발표한 앨범이 어느덧 30장을 넘어섰다. 김창완은 "앨범이 거듭될수록 '뭘 부를까'보다 '왜 부르나'를 더 생각하게 된다"며 "연기도 하지만 마음의 고향은 항상 음악에 와 있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점점 답이 멀어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는 게 바로 음악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신곡 4곡과 더불어 지난해 디지털 싱글로 발표했던 'E메이져를 치면' '괴로워'와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노란리본', 그 어느 것보다도 독창적이고 인상적인 아리랑이라는 평을 받은 '아리랑' 등이 수록돼 있다.


특히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지난 1978년에 발표됐던 곡으로 이번에 퓨전국악밴드 잠비나이와의 협업으로 새롭게 탄생됐다. 많은 후배 뮤지션들이 다양한 편곡을 선보였던 곡이지만 실제로 김창완밴드와 함께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잠비나이는 전통악기인 해금, 피리, 거문고를 바탕으로 프리재즈, 포스트록, 아방가르드, 하드코어, 펑크 등이 뒤섞인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며 국내 음악신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각광 받고 있다.

김창완은 "국악을 현대화 한다거나, 록에 국악을 도입한다는 것은 오래된 염원이었다. 이번 작업은 록과 국악을 단순히 섞는 작업이 아니라 국악기로 록의 사운드를 더 넓게 구현해보려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우리도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무척 궁금했다"며 "록 신에 국악이 소개되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결과가 아니라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고 작업 소감을 전했다.

이번 앨범의 녹음 엔지니어는 영국 메트로폴리스 스튜디오의 하우스 엔지니어 출신이자 레코딩 및 믹싱 엔지니어인 아드리안 홀이 맡았다. 아드리안은 레코딩 작업 완료 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으로 오기 전 미리 보내준 산울림과 김창완 밴드의 음악을 들어본 후 관심이 생겨 유튜브를 통해 옛 영상을 찾아봤는데 한마디로 충격을 받았다"며 "굉장한 개성이 느껴지는 음악이었다. 60~70년대 클래식 록, 또는 펑크 록의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밝혔다.

김창완 밴드는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다. 우선 2월 12~14일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광장에서 있을 공연에서는 앨범 발표 후 처음 선보이는 신곡 연주와 어쿠스틱하게 편곡된 산울림의 명곡을 통해 작은 공간에서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집중력 있는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어 3월에 21일 홍대 상상마당과 3월 28일 춘천 상상마당 라이브홀 무대에는 열정적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김창완 밴드 특유의 힘있는 공연을 준비할 예정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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