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김성균 사용법 한계 있나? '포블리'를 잊지 말아야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5-02-06 05:56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김성균이라는 배우는 충무로에서 꽤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를 대중에게 알린 작품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다. 그는 이 작품에서 최형배(하정우)의 오른팔 박창우 역을 맡으면서 '연기 잘하는 배우'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연기에 대한 평은 '진짜 조폭같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셈. 이 작품 덕분에 그는 차기작에서 주연을 맡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그 캐릭터는 연쇄살인범이었다. '이웃사람'에서 그는 이웃사람들을 이유 없이 죽이는 류승혁 역을 연기했고 또 한번 극찬을 받았다.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에서도 그가 맡은 역은 피도 눈물도 없이 사람을 죽여대는 살인집단의 냉혈한이었다. 덕분에 조폭에 연쇄살인범까지 '사회악' 연기의 1인자로 떠올랐고 이 분야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에게 또 한번 도약할 기회를 준 캐릭터는 '포블리' 삼천포 역할이다.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삼천포 역을 맡은 김성균은 자신 안에 또 다른 매력이 숨어 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그는 이 작품에서 멜로에 코믹까지 모든 장르의 연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아직도 배 위에서 펼친 도희와의 키스신은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또한 그는 코믹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조진웅과 호흡을 맞췄다. 흥행은 실패했지만 그는 조진웅과 더불어 '연기 하나는 정말 잘한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오는 3월 개봉하는 영화 '살인의뢰'에서는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평범한 은행원 승현 역을 연기한다. 그는 4일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이번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맡아보는 피해자 역할이다"라고 우스갯소리까지 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가해자'(?) 연기만으로는 충무로에서 배우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본인도 잘 안다. 이 때문에 그 누구보다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려고 노력하는 배우 역시 김성균이다.

그래서 '살인의뢰'는 충무로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시작점이 될 만한 영화라는 의견이 많다. 물론 영화계에서 아직 그에게 바라는 연기는 과격한 쪽이다. '살인의뢰' 역시 범죄스릴러물인데다, 승형은 초반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변할지 베일에 쌓여있는 인물이다. 스크린 속 그의 보편적 이미지에 대한 방증.

김성균은 지난 해 12월 열린 '제3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신인여우상 시상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2년 전 여기저기서 신인상을 많이 받았는데 오직 청룡에서만 상을 못받았다. 내년에는 더 열심히 노력해서 꼭 주연상에 도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충무로는 이 연기 잘하는 배우에게 좀 더 폭넓은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김성균은 변신 가능성을 이미 보여줬고,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 역시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배역의 다양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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