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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는 지금 사극과 시대극의 전쟁터다. 6~70년대를 배경으로 한 '국제시장'이 1300만 관객을 향해 가고 있지만 일주일차로 개봉한 사극 '상의원'은 80만 관객을 넘지 못했다. '국제시장'과 비슷한 시기를 다룬 두 작품도 희비가 엇갈렸다. 강남 개발을 소재로 한 '강남 1970'은 180만 관객을 모았지만 '허삼관'은 100만 관객을 넘지 못했다. 이같이 사극과 시대극이 연이어 개봉하는 일도 드물지만 작품에 따라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리는 것도 눈에 띄는 일이다.
비슷한 시기를 다뤄서 그런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소가 낯익기도 하다. '허삼관'에서 허삼관(하정우)이 동대문병원에서 나와 해매는 장소는 '쎄시봉'에서 오근태(정우)와 민자영(한효주)가 함께 뛰는 장소와 흡사해 보인다. 같은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강남1970'에도 합천 세트의 모습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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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2'는 지난 20011년 개봉해 470만 관객을 모았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속편이다. 속편이라고 하지만 주인공을 빼고는 모두 다른 이야기다. 1편에서 매혹적인 미모를 선보였던 한지민 대신 이연희가 히로인으로 등장한다. 게다가 코믹탐정극이라는 장르답게 육해공을 넘나들며 활약을 펼치는 김민(김명민)과 서필(오달수) 콤비의 활약이 볼만하다는 평이다.
3일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순수의 시대'는 신하균 장혁에 최근 스타덤에 오른 강하늘까지 출연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조선초 '왕자의 난'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김민재 장군 역을 맡은 신하균은 "그동안 접하지 못한 장르이기도 했고 역사적 사건을 다룬 이야기는 많았지만 그 안에 개인의 욕망과 사랑을 매력적으로 담아 오늘날에 비춰 봤을 때도 공감이 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방원 역을 맡은 장혁은 "느와르적인 사극의 느낌이 좋았다. 또 이방원이란 인물을 역사 속에서 고착화된 이미지 말고 다른 측면으로 표현하는 것도 재밌겠다 싶어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에서 '순수의 시대'가 어떤 스타일의 영화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한 영화관계자는 "'관상' '변호인' '명량' '해적' 등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사극과 시대극을 제작하려는 움직임이 부쩍 늘었고 그 결과물들이 지난해 말과 올 초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형국. 특히 2~3월에는 기존 '국제시장'에 '강남1970' '쎄시봉' '조선명탐정2' 그리고 '순수의 시대'까지 시대극과 사극이 장악하고 있다"며 "이 장르들은 제작비가 많이 드는 만큼 리스크도 크다. 이 작품들의 선전 여부에 따라 내년에도 시대극과 사극을 자주 볼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