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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연이 소설가로 변신한다. 이미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에세이스트이기도 한 백지연의 펜 끝에서 이번엔 장편 소설이 잉태됐다.
백지연은 고교 시절 친구가 겪었던 실제 사건에서 이 소설의 모티브를 얻었다. 화자는 1인칭 인터뷰어라 백지연의 자전적 분신처럼 보인다. 하지만 백지연은 소설 속 인물과 자신 사이에 명확한 선을 그었다. "백지연은 그냥 소설을 쓴 저자일 뿐이고 소설 속 화자는 가상의 캐릭터로 등장 인물들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백지연은 "그동안 책을 많이 출간했지만 첫 소설이라 그런지 완전히 뒤집어서 다시 쓰는 작업을 5번 정도 했다"며 "독자들은 백지연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 같다는 생각에 화자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아나운서, 앵커, 인터뷰어, 에세이스트, 그리고 소설가. 하나만 갖기도 어려운 타이틀이 백지연 이름 앞에 여럿 달렸다. SBS 새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통해 연기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최근엔 대본 리딩도 가졌다.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이유가 뭘까?
백지연은 "원래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격인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그는 "사람들의 말을 귀기울여 듣는 편인데, 그 사람의 어떤 단어가 씨앗이 되어 머릿속에서 생각으로 발전해 나간다. 그 때마다 메모를 한다. 그러면 그 생각을 실제로 꼭 하게 되는 것 같다. 평소에서도 5년 뒤 10년 뒤 하고 싶은 일들을 말하고 다닌다. 소설도 그렇게 시작됐다. 정말 말이 씨가 된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이렇게 여러가지 일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래도 역시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분야는 글쓰기다.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도 글쓰기와 관련돼 있다. 드라마 대본이다. 백지연은 "내가 만난 새로운 세계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게 나만의 소통 작업이다. 내가 해온 시사 뉴스 프로그램은 허공에 날아가는 일이다. 그래서 늘 열심히 일했지만 허전함과 허무함이 남더라. 그래서 창작자들을 부러워했다. 그 허무함이 나를 글쓰기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설을 쓰면서 허구가 더 깊은 진실을 담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며 "평생 시사에 대한 일을 했고 팩트를 다뤘지만 시사는 내일이 없다. 일이 끝남과 동시에 과거가 돼버린다. 글은 특히 소설은 현재와 미래를 다 담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백지연은 딸을 가진 아버지들에게 자신의 소설을 권했다. 아버지와 딸 사이의 벽을 허무는 데 이 소설이 작은 소통의 매개체가 되길 바랐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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