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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백지연, 소설가 변신 "글 쓰기는 내게 힐링과 같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2-04 05:58


사진제공=북폴리오

백지연이 소설가로 변신한다. 이미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에세이스트이기도 한 백지연의 펜 끝에서 이번엔 장편 소설이 잉태됐다.

백지연은 첫 소설 '물구나무'는 27년 만에 다시 만난 여고 동창 6명의 인생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을 빌려 담담한 필체로 그려냈다.

3일 서울 광화문 레스토랑에서 출간 기자간담회를 가진 백지연은 "무엇이 인생의 행로를 결정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출간 이유를 밝혔다.

백지연은 고교 시절 친구가 겪었던 실제 사건에서 이 소설의 모티브를 얻었다. 화자는 1인칭 인터뷰어라 백지연의 자전적 분신처럼 보인다. 하지만 백지연은 소설 속 인물과 자신 사이에 명확한 선을 그었다. "백지연은 그냥 소설을 쓴 저자일 뿐이고 소설 속 화자는 가상의 캐릭터로 등장 인물들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백지연은 "그동안 책을 많이 출간했지만 첫 소설이라 그런지 완전히 뒤집어서 다시 쓰는 작업을 5번 정도 했다"며 "독자들은 백지연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 같다는 생각에 화자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에세이와는 다른 소설 쓰기에 흠뻑 매료돼 있었다. 그는 "글쓰기가 힐링이 된다는 걸 느꼈다. 내가 웬만하면 세끼 식사를 거르지 않는데 소설을 쓰는 동안 점심을 몇 번이나 잊어버렸다. 8시간 넘도록 앉아서 글을 쓰느라 허리가 아프기도 했다. 허구의 글을 쓰는 작업이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아나운서, 앵커, 인터뷰어, 에세이스트, 그리고 소설가. 하나만 갖기도 어려운 타이틀이 백지연 이름 앞에 여럿 달렸다. SBS 새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통해 연기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최근엔 대본 리딩도 가졌다.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이유가 뭘까?

백지연은 "원래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격인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그는 "사람들의 말을 귀기울여 듣는 편인데, 그 사람의 어떤 단어가 씨앗이 되어 머릿속에서 생각으로 발전해 나간다. 그 때마다 메모를 한다. 그러면 그 생각을 실제로 꼭 하게 되는 것 같다. 평소에서도 5년 뒤 10년 뒤 하고 싶은 일들을 말하고 다닌다. 소설도 그렇게 시작됐다. 정말 말이 씨가 된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이렇게 여러가지 일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래도 역시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분야는 글쓰기다.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도 글쓰기와 관련돼 있다. 드라마 대본이다. 백지연은 "내가 만난 새로운 세계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게 나만의 소통 작업이다. 내가 해온 시사 뉴스 프로그램은 허공에 날아가는 일이다. 그래서 늘 열심히 일했지만 허전함과 허무함이 남더라. 그래서 창작자들을 부러워했다. 그 허무함이 나를 글쓰기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설을 쓰면서 허구가 더 깊은 진실을 담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며 "평생 시사에 대한 일을 했고 팩트를 다뤘지만 시사는 내일이 없다. 일이 끝남과 동시에 과거가 돼버린다. 글은 특히 소설은 현재와 미래를 다 담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백지연은 딸을 가진 아버지들에게 자신의 소설을 권했다. 아버지와 딸 사이의 벽을 허무는 데 이 소설이 작은 소통의 매개체가 되길 바랐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북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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