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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이다희 말장난 논란, 왜 문제가 커졌을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5-02-03 08:28


MBC 방송화면 캡쳐

이다희 '말장난' 논란이 화제다.

이다희는 지난 1일 방송된 MBC '진짜사나이'에서 은폐와 엄폐의 뜻을 묻는 교관의 질문에 "은폐는 은밀히 숨는 것이고 엄폐는 엄숙하게 숨는 겁니다"라고 답했다. 실소가 터져나오는 상황. 농담인지 진담인지 여부가 살짝 애매했다. 적잖게 당황한 교관이 "진심으로 얘기하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이다희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다"고 말했다. 방송이 전파를 탄 뒤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일었다. 상당수 시청자들은 '군생활이 장난이냐' '예능이지만 말이 조금 심한 것 아니냐'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이다희의 대답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이다희 측은 "장난을 한 게 아니다. 진짜로 그런 뜻인줄 알았다. 장난을 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부대에서 훈련 받으면서 장난을 친 적도 없고, 모든 훈련을 진지하게 임했다"고 해명했다.

예능 프로그램과 웃음. 뗄레야 뗄 수 없는 구성 요소다. 예능 출연자들은 가능한 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던지려고 애쓴다. 일상적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면 진위 여부를 떠나 그저 농담 쯤으로 웃고 넘길 상황. 하지만 이번 상황은 달랐다. 이다희의 대답은 왜 즉각적인 논란을 불렀을까. '군대'라는 환경과 '리얼 예능'의 특수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군대는 특수한 공간이다. 대한민국 건강한 남자들이 청년기에 반드시 거쳐가야 할 의무다. 군 입대에 대한 생각. 개인 차가 있을지언정 대부분 100% 긍정적이기는 힘들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구 절반인 남자들의 의무로부터 여자들 조차 자유롭지는 않다. 누군가의 엄마로 누군가의 누나, 여동생으로, 또한 누군가의 여자 친구로 군대에 얽히고 설킨다. 그만큼 절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애처롭고 힘든 통과의례였던 군복무. 그래서 냠자 연예인이나 유명 스포츠스타의 이미지에 가장 치명적인 타격 또한 바로 군복무 문제다. '평등' 개념이 가장 첨예하고 관용 없이 칼날처럼 적용되는 분야다. 그만큼 군 관련 소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화제를 모은다.

그런 면에서 '군대'를 소재로 한 '리얼예능'의 등장은 보편적 인지도란 측면에서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성공 가능성이 컸다. 실제 '진짜사나이'는 '군대 희화화' 논란 속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인기 프로그램으로 연착륙했다.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보다 화제성이 으뜸이다. 실제 1일 방송된 '진짜사나이' 여군특집2기 역시 1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잊지 못할 '경험'이 서려있는 군대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 출연진과 제작진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화제성이 크다는 점은 시청률에 도움이 되지만, 자칫 사소한 일조차 매우 예민하게 다뤄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잘 아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무심코 던진 코멘트 하나, 작은 행동 하나가 큰 반향을 부를 수 있다. 익숨한 만큼 세밀한 부분에까지 비판의 날도 시퍼렇다.

이다희의 '말장난' 논란도 여기서 출발했다. 군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조교는 '엄격한' 존재다. 훈련병의 대답이 만에 하나 조교의 귀에 말장난 처럼 들렸다면 진위 여부와 관계 없이 바로 '얼차려' 감이다. 리얼 예능의 틀안에서 기억을 소비하고 있는 시청자들로선 이다희의 대답이 다소 황당했을 터. 즉각적인 비판 댓글이 달린 이유다.

그만큼 군대 소재 예능은 절대 다수의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소재인 동시에 가장 감정이입을 하면서 몰입하게 되는 장르다. 예능이지만 철저히 다큐멘터리처럼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연자들이 웃겨서 웃긴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힘든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 환경 속에서 고생 모르고 자랐을 것 같은 예쁘고 친숙한 연예인들이 똑같이 힘들어하는 '공감' 속에서 파생되는 웃음을 시청자들은 원한다.


이다희의 말실수 논란. 진위 여부를 떠나 군대 소재의 리얼예능이란 특수성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일반 예능과는 조금 다른 특수성에 대한 출연진이나 제작진의 조금 더 세밀한 해석과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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