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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엔씨소프트 경영권 분쟁, 어떤 영향 미칠까?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5-02-02 07:37




연초부터 게임산업을 뒤흔들 빅이슈가 터졌다.

한국 게임업계의 양대산맥이자 지분 관계로 엮여있는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 소식이 터져나온 것이다.

지난달 27일 넥슨이 자사의 주식이 상장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서 공시를 통해 엔씨소프트에 대한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이번 투자 목적 변경은 지난해 10월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공시를 불과 3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는 넥슨 스스로가 약속을 저버리고, 전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심히 유감이다'라고 크게 반발, 전운이 감돌고 있다. 3월 엔씨소프트 주주총회가 그 전장이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넥슨이 갑작스레 목적을 바꾼 것에는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향후 전개 방향과 게임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예상해본다.

당연했던 수순?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지난 2012년 6월 글로벌 게임시장에서의 협력이라는 명분으로 자신의 지분 14.7%를 넥슨에 넘겼다. 이로 인해 넥슨이 1대 주주가 되고, 김 대표의 지분율은 9.9%로 떨어졌다. 지분 양도에 대해 여러가지 이유가 나왔지만, 김 대표는 그 해 11월 열린 '2012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양사가 글로벌 게임사를 함께 인수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팀' 서비스로 유명한 밸브, 세계적인 개발사인 EA 등이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후에도 김 대표는 차기작 개발에 공을 들였고, 지난해 11월 '지스타 2014'에선 '리니지 이터널'을 비롯해 자사의 IP를 활용한 다수의 모바일게임 라인업을 발표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넥슨은 지난해 10월 엔씨소프트 지분 0.38%를 추가 매입,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기준인 15%를 넘기게 됐다. 당시 넥슨이 엔씨소프트와 추가 매입에 대한 사전 협의 과정이 없었던 것이 알려지면서 양사의 갈등 관계가 밖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23일 정기인사에서 김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NC웨스트 CEO를 사장으로 승격시키고, 회사 내 가장 영향력이 큰 임원 중 한 명인 정진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친정체제를 구축, 향후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비이락'처럼 4일만에 경영참여 이슈가 불거진 것이다. 따라서 넥슨이 이에 반발해 경영참여를 선언했다는 추측이 나왔지만, 넥슨이 이미 22일 이 사실을 사전 통보했고 엔씨소프트는 매년 예정된 정기인사라고 설명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사내이사 임명을 요구했고 엔씨소프트가 이에 미온적이었던데다 넥슨의 지분 매입 가치에 비해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많이 떨어지고, 기대했던 게임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김정주 회장의 불만이 이번에 터져나온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대주주의 당연한 권리였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분쟁일까, 아님 전략일까?

이번 일로 인해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게임계 양대 산맥을 만들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회장이 완전히 갈라선 후 경영권 다툼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상호 발전을 지속해 양사의 기업가치가 증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자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엔씨소프트와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양사는 게임 개발 철학, 비즈니스 모델 등이 이질적이어서 이번 넥슨의 일방적인 시도는 시너지가 아닌 엔씨소프트의 경쟁력의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실 두 회사는 상당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등 성인 취향의 MMORPG를 주로 개발하고 서비스하며 업계의 '큰 형님' 역할을 자처해왔다.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를 만들어 게임계의 위상을 한단계 높인 것도 엔씨소프트였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넥슨은 어린이와 청소년 취향의 캐주얼 게임에 부분 유료화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큰 성공을 거뒀다. 또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FIFA 온라인 3' 등 유명 IP를 적극적으로 인수하는 등 M&A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투자 대비 매출에 최적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엔씨소프트 기업문화와는 상당히 이질적이라 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뿐 아니라 게임계에서도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번 사건의 추이는 여러가지 방향으로 예측할 수 있다. 3월 김택진 대표의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넥슨이 대주주의 자격으로 교체를 시도할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성이 가장 떨어진다. 대신 넥슨의 요구대로 이사진이 임명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의 경영진을 압박해 신작 개발을 촉진시키거나 혹은 엔씨소프트 주가 부양을 위한 넥슨의 고도 전략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만약 엔씨소프트가 이사진 임명에 반발할 경우 넥슨이 이 기회에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일단 28일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29~30일에는 7% 가까이 떨어지면서 시장에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대내외의 환경 변화로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게임산업 상황에서 두 '공룡'의 격돌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불안 요소였던 양사의 갈등 관계를 이 참에 털고 갈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게임 전문가들은 "양사가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혹은 넥슨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엔씨소프트가 차기작을 더욱 주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도 "그러기 위해서라도 조금씩 양보하고 빨리 갈등 관계를 해소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한국 게임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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