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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았다. 기자가 된 후로 오랜만에 가슴이 심하게 쿵쾅거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송강호 단독 인터뷰라니…. 꽃미남 배우도 아닌데 왜 그러냐고 묻는 이도 있겠지만, 그가 출연한 영화를 대부분 본 입장에서 라운드 인터뷰가 많아져 톱배우의 단독 인터뷰가 드문 요즘 같을 시기에 기자에게 송강호와의 단독 인터뷰는 숙면을 방해할만한 요소가 되기에 충분했다.
하하. 그렇다기보다 기대는 했다. 청룡이지 않나.
-상을 받은 작품이 수도 없다. 그래도 기분은 좋지 않나.
-청룡영화상을 받은 뒤 소감이 인상적이었다. 1년을 마무리 해주는 선물이라고 해도 될까.
그렇다. 수상소감에서 말한 그대로다. 마지막 1년 대미를 장식해줘서. 지난해 마지막 시상식이기도 하고. '변호인'이 개봉한 지 만 1년 된 날이기도 했고,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남우주연상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지만, 내심 작품상을 꼭 탔으면 했다. 그게 더 가슴 벅차더라.
-뒷풀이는 누가 쐈나.
알다시피 청룡영화상에 상금이 있더라. 그 금액이 회식 쏠만큼은 된다. 하하. 배급 쪽이랑 우리 쪽도 냈을 텐데.
-영화에서 배우와 감독의 호흡은 중요하다. 사실 '변호인'은 신인 감독의 작품 아닌가. 또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의 역할이 분량으로 보나, 감동으로 보나 절대적이다. 연기경력이 20년 넘는 톱배우와 신인감독이 어떻게 영화를 만들었을 지 궁금했다.
'변호인'이란 작품이 송우석 개인의 모습이 좀 많이 각인되는 영화이기에 좀 특별하다. 인물 중심의 영화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우와 감독이 공존해서 보여줘야 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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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하면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수도 없이 많다. '변호인' 역시 먹먹하게 만드는 한 인터뷰에서 봤더니, 연기를 할 때, '툭 던진다'라는 표현이 있더라. '명품' 연기는 거기서 비롯되는 것인가.
잘못 들으면 너무 무성의해 보인다. 좀 뭐랄까. 나름 작품에 대한 분석과 인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랄까. 개인적으로 다 준비를 한다. 하긴 하는데, 표현을 하는데 있어서 오히려 많은 생각들이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그런 게 오히려 방해가 될 때도 있다. 그런 점에서 '툭 던진다'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정확한 표현은 기본적으로 작품과 인물에 대한 생각을 하되 너무 많은 생각을 가지고 그 인물을 표현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얹어서 가볍게 연기하는 것이 그 인물에 더 쉽게 접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송강호를 만나면 이 이야기도 전해주고 싶었다. '변호인'을 함께 촬영했던 김영애의 말을 빌리자면, 첫 촬영으로 감정씬이 많은 장면이었는데 송강호에 기가 눌렸다고 하더라.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뿜어내는 기운과 눈빛이 다르다고 많이 칭찬하더라.
나는 김영애 선배에 대해 매우 반가웠다. 오랜 팬이자, 대선배이시다. 하필 첫 장면이 국밥집 아주머니가 아들을 구해달라고 제게 매달리는 어려운 장면이었다. 워낙 베테랑이시고, 대선배로서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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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의 여우조연상 수상이 남다르게 다가왔겠다.
한국영화계에서 보다 배우들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 같아서. 보이지 않은 성과라고 생각하고, 그게 참 반갑더라.
(2편에 계속)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