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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석원 "서른, 진짜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1-13 08:44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석원은 뜨거운 남자다. 일이든 사랑이든 열정을 다한다. 20대 초반엔 무술감독을 꿈꾸며 액션스쿨에서 뜨거운 땀을 흘렸고, 갓 배우로 데뷔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무렵 지금은 아내가 된 가수 백지영에 대한 사랑을 화끈하게 공개했다. 그가 가슴에 품고 있는 불덩이는 이제 연기에 대한 갈망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단역부터 시작해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온지 벌써 9년. 요즘 그는 '진짜 배우'란 무엇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MBC 드라마 '미스터 백'을 끝마친 정석원에게서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기운' 같은 것이 전해졌다.

설경구 신하균, 선배들의 내공을 흡수하고파

'미스터 백'은 70대 노인이 30대로 돌아가 인생의 가치를 새롭게 깨닫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정석원은 주인공과 대립하는 야망가 정이건으로 분해 악역 연기를 선보였다. 상남자 이미지가 강했던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정이건은 남의 것을 뺏고 싶어하는 '쟁취욕'이 강한 인물이에요. 어린 시절 고아로 자라온 트라우마와 피해의식이 쟁취욕으로 발현된 거죠. 겉으로는 친절하지만 이면엔 다른 얼굴이 숨겨져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아서 아쉬워요. 하지만 제가 드러나기보다는 드라마의 메시지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느새 드라마 안에서 역할의 크기와 쓰임새를 고민하게 된 정석원. 그에게 '미스터 백' 신하균과 '서부전선' 설경구는 좋은 배우의 표본이자 자극제였다. 두 작품을 병행하면서 가깝게 만난 두 배우를 통해 정석원은 많은 것을 배웠다. 촬영이 없을 때도 지방 촬영장에 내려가 선배들의 연기를 지켜봤다고 한다. "신하균 선배와 설경구 선배의 공통점은 작품에 대한 집중력이 좋다는 거예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내공과 기운, 무엇보다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계세요. 저는 제 분량을 소화하는 것에 급급했는데, 설경구 선배는 작품 전체를 보시더라고요. 신하균 선배도 아무리 스케줄이 바빠도 인상 한번 쓰는 걸 못 봤어요. 정말 프로페셔널해요. 선배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죠."

정석원은 "선배들이 열정과 내공을 모두 흡수하고 싶다"고 했다. 그만큼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간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코 조급해하진 않는다. 배우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서른살이 되면서 배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많은 경험을 쌓으려고 해요. 제가 어릴 때 운동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시합을 많이 뛰어봐야 실력이 는다는 것, 왜냐면 연습의 밀도가 달라지거든요. 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경험을 통해 저를 발전시키는 방법 밖에 없어요. 선배들의 10년 전 인터뷰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당시엔 그분들도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셨더라고요. 저도 10년 뒤엔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배우가 돼 있을 거란 기대를 갖고 있어요."

아내 백지영은 삶의 동력이 되는 사람

정석원에게 아내 백지영은 배우로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는 사람이다. 가수로서 정상의 위치에 선 아내에게 때때로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아내에게 '10년 전에는 어땠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편안하게 하라'고, '많이 해보면 좋을 거야'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다른 선배 배우들도 제 질문에 같은 답을 하셨어요. 그게 참 신기하죠. 저도 하나씩 배워가다 보면 언젠가 이런 고민을 내려놓는 날이 분명 오겠죠."

정석원이 한층 깊어진 데는 결혼이 큰 계기가 된 듯하다. 결혼 이후 좀 더 성숙해졌다는 걸 스스로 느낀다. 연애 시절엔 '백지영의 남자'라는 수식어를 '정석원의 여자'로 바꿔놓겠다는 말도 거침없이 했던 그다. "이제 저에게 또 다른 인생이 생겼잖아요. 아내의 가족과 회사도 저의 또 다른 가족이니까요. 입도 조심, 행동도 조심해야죠."


그가 조심스럽게 털어놓는 아내 백지영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여자다. "여자 솔로가수로 활동하다 보니 조금은 강한 이미지로 비춰졌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섬세하고 여린 사람이에요. 옆에 제가 있어서 그런지 요즘엔 아내가 TV에서 애교도 부리던데요. 하하하."

아직도 연애하듯 살고 있다는 두 사람. 정석원은 "결혼한 뒤에 부쩍 잘생겼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됐다"면서 자기 자랑인 척 또 한번 아내 자랑을 들려준다. "지방 스케줄이 있을 때를 빼고는 집에서 늘 보지만, 일하는 틈틈이 전화를 자주 해요. 상대방의 일과 스케줄을 최대한 배려하려 노력하고요. 저희는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에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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