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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너' 유지태에게 까칠하길 부탁했다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5-01-05 05:31


영화 '더 테너'로 돌아온 유지태가 인터뷰에 앞서 카메라 앞에 섰다.
영화 '더 테너'는 아시아 오페라 역사상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목소리라 주목받으며 최고의 리리코 스핀토로 떠오른 한국인 성악가 배재철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리리코 스핀토는 서정적인 섬세함과 심장을 관통하는 듯 힘 있는 목소리를 함께 지닌 테너에게 주는 찬사를 뜻한다.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쉽게 생각했다.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에서 실존 인물인 테너 배재출 역을 맡은 유지태에 대해 말이다. 극 중 유지태는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인 배재철이 갑상선 암으로 성대 신경이 끊기면서 목소리를 잃는 극적 상황을 연기해야 한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촉망받는 오페라 스타, 그에게 목소리를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음을 의미한다. 이런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기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유지태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미션은 최정상의 오페라 가수 역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서정적이고, 섬세한 오페라를 직접 부르고, 게다가 한국어도 아닌 이태리어 노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중고가 아닐까.

유지태는 질문에 한 치에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이중고라니. 배우에게 그런 말은 없다. 이미 배재철의 인생에 빠져 연기해야 하고, 배재철의 직업은 최정상의 오페라 가수다. 오페라 가수라는 설정은 배재철 역을 맡기위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 그런 게 다 모아져야 배재철이란 사람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중고보다 일중고란 표현이 옳은 표현이다."

"개인적으로는 배재철을 완벽하게 연기하기 위해 살도 좀 찌우려고 했다. 근데 감독이 살을 더 찌우면 여성 관객들이 싫어한다고 말리더라. 하하. 영화 '카포티'의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나 '애비에이터' 같은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에서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가 해보고 싶었다."

그리곤 '더 테너'가 결코 녹록치 않은 과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쉽지 않다는 말엔 동감한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흉내만 낼 순 없는 노릇이다. 영어로 연기하고, 이태리어로 노래를 부르는 동안 모든 뜻을 이해하고 부르려고 했다. 오페라 가수도 무대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 뜻을 이해하지 않고 연기를 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불렀던 모든 노래는 뜻을 정확히 알고 있다. 일일이 해석하고, 배웠다. 하루에 4시간 씩 1년을 연습했다." 그의 말과 표정에서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유지태는 직접 배재철을 찾아 레슨도 받고, 조언도 받기도 했다고."사실 배재철 선생님이 본인의 이야기가 나오는 영화니까 관심이 있지 않았겠나. 내가 본인의 역할이라고 하니까 우려가 좀 있었다고 하더라." 그때 배재철에게 유지태와 전작 '심야 FM'을 작업했던 '더 테너'의 김상민 감독은 이렇게 설득했다. "우리 나라 연기자 중 역할에 몰입하는 힘은 유지태가 최고다"라고 말이다. 유지태는 그런 신뢰를 실력으로 입증했다.

국내 음악 영화로서 기술적인 한계도 분명 비춰지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의 눈을 뗄 수 없게 잡아두는 힘, 그 힘은 유지태이기에 가능했다는 호평이 많다.

"이 영화를 출연하게 된 계기는 음악 영화라는 점도 컸다. 김상만 감독은 국내에서 음악 영화를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감독이란 믿음이 컸다. '더 테너'를 자세히 보면 하이라이트 부분이 아닌 잘 알려지지 않는 구간을 들려주거나 그렇다. 사실 대중들이 아는 쉬운 구간이나, 신파적으로 더욱 영화를 몰고 갈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분명 음악 영화로서 레퍼런스를 남긴 영화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말미에 편한 대화가 오갔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유지태를 묻자,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아내(김효진)이 육아를 잘하는 성격이다. 아주 꼼꼼하게 아이를 키우는 것을 보면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놀랍다." 아내 바보가 따로없다. 슬쩍 유지태가 작업할 때 성격이 까칠하다는 평도 들었다고 던져봤다. 그는 부정 대신 '모델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기가 오래 걸렸다는 남다른 고충을 들려줬다.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편견이 눈에 보이는 실력보다 앞 설 때가 있다. 그는 마이너스로 시작한 믿음을 올곧이 채우기위해 부단한 노력을 가꿨다. 그런 노력이 '까칠하다'란 평이 들릴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이뤄냈다는 것. 이해가 됐다. 그래서 유지태에게 부탁했다. 계속 까칠하게 남아달라고. 우리나라에 이 정도 까칠함을 피울 배우가 한 명쯤은 있어도 좋겠단 생각에 말이다 그가 까칠 할수록 관객들은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볼 수 있을테니.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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