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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방울이 또르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잠시 숨을 골라 보지만, 벅차오른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런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어 너무 좋았어요." tvN 드라마 '미생'을 마친 강소라는 흐르는 눈물에 종영 소감을 실었다. 극장가를 펑펑 울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고도 울지 않았다던 그가 종방연에서 울었고 며칠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또 한번 울었다.
강소라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실제 대기업에 출퇴근하며 분위기를 익혔다. 안영이의 지나온 삶을 상상해서 글로 써보기도 했다. 원작 웹툰과 싱크로율이 높지 않았음에도 캐릭터의 설득력이 높았던 이유다. "웹툰에선 짧은 머리였지만, 드라마에선 긴 머리를 택했어요. 과거 회상 장면의 짧은 머리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담고 있었다면, 현재의 긴 머리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단절했다는 걸 의미해요. 비현실적일 정도로 모든 면에서 완벽한 안영이가 인간 관계에 서툰 건 아버지와의 관계 때문인 것 같아요. 내면의 상처가 많은 캐릭터였죠."
안영이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데 일조한 강소라의 외국어 실력도 화제였다. 영어와 러시아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했다. 어릴 적부터 외국어를 좋아해 열심히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제가 외동딸이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디즈니 만화영화를 많이 봤죠. 자막이 없어서 내용을 이해하려고 50번씩 반복해 본 것 같아요. 러시아어는 경인방송의 동영상 강의를 보고, 사전 찾아서 발음기호 보면서 공부했어요. 억양이 다르다 보니 말의 뉘앙스를 표현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질문을 할 때는 임의로 말끝을 올려서 발음하기도 했어요."
강소라가 성장했다는 건 그의 눈길이 닿는 곳곳에서도 발견된다. 배우는 캐스팅 단계에서 작품을 처음 접하지만, 그에 앞서 기획을 하고 작품으로 구체화하기까지 제작진의 숨은 노력을 새삼 다시 들여다 보게 됐다. 직장인은 배우에 비해 안정적인 삶을 살 거란 인식도 깨졌다. 무엇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버지를 깊이 이해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아버지가 왜 술을 드시고 집에 들어오는지, 수염도 안 깎은 까칠한 얼굴을 들이미시는지, 그리고 가끔 왜 치킨을 사가지고 오셨는지 알게 됐어요. 여자의 삶도 힘들지만 그에 못지않게 남자들도 버텨내야 하는 삶이 얼마나 고단할까요."
'미생'에 앞서 '닥터 이방인'과 '못난이 주의보'까지 세 작품 연속으로 아버지와 갈등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만큼 다음 작품에서는 가족과의 관계가 매끄럽고 활기찬 역할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 강소라의 실제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 말이다. 그렇다면 '미생' 시즌 2에서 안영이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자원팀과는 회식을 할 만큼 가까워져 있겠죠. 시즌1에서는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장면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영이는 승진을 했으면 하고요. 영이의 후배로 들어온 신입사원이 영이보다 더 독한 사람이어도 재밌을 거 같아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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