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엿보기] '슈퍼맨' vs '아빠 어디가', 육아예능의 엇갈린 운명 왜?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4-12-31 08:30




육아 예능의 명암이 갈렸다.

육아 관찰 붐을 일으킨 MBC '일밤-아빠 어디가 시즌2'가 시청률 하락, 아빠들 간의 불화설, 폐지설 등 무성한 소문 끝에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아빠 어디가'는 내년 1월부터 재정비 기간을 갖는다. 반면 후발 주자로 나섰던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는 통쾌한 역전승에 성공했다. 특히 28일 방송분은 전국 17.9%, 수도권 18.7%(닐슨코리아)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동시간대 방송된 일요 예능 프로그램 중 1위이자, 단독 방송을 제외한 자체 최고 시청률이다. 탄력을 받아 시청률 20% 돌파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육아 예능을 대표하는 두 프로그램의 엇갈린 운명, 이유가 있을까?



멤버 교체의 좋은 예 vs 나쁜 예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 모두 멤버 교체 시기가 있었다. '아빠 어디가'는 윤민수 아들 윤후를 제외한 1기 멤버들(김성주 아들 김민국, 성동일 아들 성준, 이종혁-이준수 부자, 송일국-송지아 부녀)가 떠나고 김성주-김민율 부자, 성동일-성빈 부녀, 류진-임찬형 부자, 안정환-안리환 부자, 김진표-김규원 부녀가 합류했다. 시즌1의 인기가 워낙 높았던지라 시즌2에 대한 관심도 높았지만 '김진표 캐스팅 논란'은 시작도 전에 김이 새게 만들었다. 이후 김진표 부녀는 하차, '한국의 수리 크루즈'라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정웅인-정세윤 부녀를 투입하며 반짝 효과를 봤다. 그러나 멤버 구성에 문제가 있었다. 시즌1과 달리 아직 너무도 어린 아이들은 쉽게 집중하지 못했고, 분산되기 일쑤였다. 여기에 아빠들은 똘똘 뭉친 기존 멤버 주위를 겉도는 듯한 새 멤버들의 모습이 이어지며 '불화설'까지 나도는 상황이 됐다.

'슈퍼맨'은 파일럿 프로그램 출범 당시 이휘재, 추성훈, 장현성, 이현우로 팀을 꾸렸다. 그리고 정규 편성을 받으면서 이현우 대신 타블로-이하루 부녀를 투입했다. 이후 김정태-김지후 부자가 합류했으나 '출연분량 논란'에 '선거운동 논란'까지 겹치며 하차를 결정했다. 장현성 가족 역시 프로그램을 떠났다. 그 빈자리는 장윤정-도경완 부부의 출산기가 대신했고, 송일국과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가 합류하며 역전극에 성공했다. 앞으로도 타블로 부녀의 하차와 엄태웅-엄지온 부녀의 출연이 결정됐다. '슈퍼맨'의 강점은 여기에 있다. 프로그램 포맷 자체가 '출연진의 합동'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각 가정의 육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에 멤버가 달라지더라도 별다른 무리가 없다는 것. 또 이휘재, 추성훈 등 파일럿 시기 때부터 함께해 온 '터줏대감'들이 버텨주면서 하루가 다르게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에 '국민 쌍둥이' 서언-서준, '추블리' 추사랑의 고정 팬덤이 생기며 새로 투입되는 가족들과 관련한 리스크를 줄여주는 방패 역할을 해냈다.



초심 잃은 '아빠', 진화한 '슈퍼맨'

무엇보다 '아빠 어디가'의 최대 패인은 초심을 잃었다는 점. 육아 예능의 묘미는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다. '아빠 어디가'의 경우 여행을 통해 아빠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고,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모습에서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시즌2 역시 이 모습을 똑같이 답습했다. 매번 여행을 떠나고, 미션을 받고, 아이들이 식재료를 구해오고, 아빠들이 요리를 하는 포맷이 이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익숙함이었다. 더 이상 의외성이 던지는 새로움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기존 출연진 모두 시즌1을 접했던 상태. 아이들도 자신이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고, 아빠들은 아빠들대로 기존 포맷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상태였다. 계란말이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해 우왕좌왕 했던 아빠들의 모습, 아직은 어려운 엄마 없는 밤 등 돌발 상황들이 재미를 주는 포인트였는데 어느 순간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시청률이 하락하자 '아빠 어디가'는 조바심에 자충수를 뒀다. 다섯 가족을 뿔뿔이 흐트러뜨렸다. 개별 여행에 초점을 맞춰 아이들이 똘똘 뭉쳐 미션을 수행하며 협동심을 기르고 성장하는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더욱이 브라질 월드컵, 배낭 여행 등 해외 여행이 잦아지면서 공감 포인트가 떨어졌다. 시즌1은 국내 명소, 혹은 외진 곳을 찾아다니며 '생고생 속에 아빠와 아이의 추억 쌓기'에 집중했다. 시청자들도 방송을 보며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실제 방송 후 주말 가족 캠핑 열기가 더해져 방송은 체험으로 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 여행 포맷은 일상 속에서 소화하기 쉽지 않았다. 출퇴근에 쫓기고 집안일에 치이는 일반 가정에서는 쉽게 계획할 수 없는 행사다. 일상이란 부두로부터 어느덧 먼 바다로 표류해 버린 관찰 예능은 더 이상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다소 쌩뚱 맞은 외국인 게스트 출연, 출연자가 아닌 정웅인 셋째 딸 다윤이의 방송 분량 증가, 특정 가족에게 몰아주는 편집 방식 등은 프로그램 의미를 살짝 퇴색시켰다.

반면, '슈퍼맨'은 '진화'를 선택했다. 잦은 게스트 출연이나 특정 출연자의 방송 분량 등 '아빠 어디가'와 흡사한 문제들로 간혹 도마 위에 오르긴 했지만, 프로그램 원래의 기획 의도를 비교적 꿋꿋하게 지켜냈다. '슈퍼맨'은 복불복, 여행과 같은 이벤트 없이 일상 자체에 포커스를 맞췄다. 강봉규PD는 "VJ는 텐트에, PD나 작가들은 골방에 숨어가며 출연진과 철저하게 거리를 뒀고, 그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 불량 아빠들이 진정한 슈퍼맨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민낯으로 전파를 탔다. 아빠들의 성숙, 아이의 성장이라는 육아 예능의 큰 줄기가 프로그램 속에 제대로 녹아든 셈. 또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시청자들이 싫증낼 것을 우려해 가족끼리의 만남, 여행 등 새로운 포맷을 더했고 아이들이 울고 짜증내는 장면은 최대한 배제하고 즐겁게 놀고 웃는 천진난만한 모습 위주로 방송을 꾸몄다. 이를 통해 시청자가 마음의 위안을 얻은 건 당연한 결과다.



예능 트렌드의 변화

예능 트렌드가 버라이어티가 아닌 '리얼리티'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도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의 운명을 가르는 계기가 됐다. 올 한해 인기를 끈 프로그램은 모두 '리얼'을 표방하고 있다. KBS2 '1박2일', tvN '삼시세끼' 등이 모두 주어진 상황의 틀 안에 출연진을 모아놓고 그들의 반응이나 행동 패턴 등을 살펴보는 포맷이다. '슈퍼맨'도 마찬가지. 아빠와의 일상에서 나오는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에 주목했다. 하지만 '아빠 어디가'는 달랐다. 순수한 여행기가 아니라 복불복 여행지 선정, 외국인 게스트 홍어 먹이기 등 버라이어티성 행사들이 이어지면서 '리얼 관찰 예능'의 틀에서 벗어나 버렸다. 앞으로도 '슈퍼맨'의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추블리' 추사랑과 '국민 쌍둥이' 서언 서준 형제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고, '마성의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가 시청률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잠깐의 휴식기를 갖게된 '아빠 어디가'가 폐지의 길을 걷게 될지, 시즌3로 멋지게 부활해 '슈퍼맨'과 세기의 리턴 매치를 벌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