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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29일 열린 2014 MBC 방송연예대상의 주인공도 유재석이었다. 이틀 전 KBS 연예대상에 이어 또 한번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MBC에서만 다섯 번째 수상, 방송 3사 통합 11개째다.
'무한도전'은 대상 유재석을 비롯해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 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 정준하, PD상 하하 등 4개의 트로피를 챙겼다. 선거특집과 카레이싱 특집, 월드컵 특집, 대망의 400회 특집, 그리고 최근 방영된 '토·토·가'까지, 올해 '무한도전'이 선보인 여러 아이템들이 큰 성과를 거뒀다. 멤버 길과 노홍철이 하차한 위기 상황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해 '무한도전'을 지켜낸 유재석에게 대상이 주어진 건 당연한 결과였다.
올해는 사상 최초로 대상 수상자를 대국민 문자투표로 선정했다. 생방송 2시간 동안 도착한 문자는 총 67만 7183건. 꾸준한 증가세인 제주 인구보다도 많은 수치다. 유재석은 그중 44만 2485건을 획득,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유재석으로 대표되는 '무한도전'의 저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상이기도 했다.
예능의 뿌리, 코미디 버림 받았다
공동수상 및 다관왕을 포함해 수상자만 무려 60여명에 이르는 이날 시상식에서 유일하게 외면 받은 이들이 있다. 바로 개그맨들이다. 올해는 코미디 부문이 사라지고 뮤직·토크쇼 부문이 신설됐다. 그래서 개그맨들은 이번 시상식에 아예 초대조차 받지 못했다.
올해 5월 '코미디에 빠지다'를 토대로 포맷을 바꾼 '코미디의 길'이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불과 방송 5개월 만인 지난 10월 종영 인사도 없이 소리소문 없이 폐지됐다. 일요일 밤 12시 편성이라는 악조건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에도, 그리고 그 이전에도, MBC 코미디 프로그램은 부진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연말 시상식에서 개그맨들이 통으로 빠진 적은 없었다. 늘 챙기고 격려했다. 올해 같은 당혹스러운 홀대는 처음이다.
이틀 전 열렸던 KBS 연예대상 시상식과는 사뭇 대조적인 풍경. 시청률 효자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여러 개그맨 수상자를 배출했다. 김지민, 김영희, 김준현, 정태호 등 '개콘' 출신들은 현재 여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KBS에선 코미디 프로그램이 새로운 예능인을 발굴, 성장시키는 산실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MBC의 현실은 참담하다. KBS 같은 선순환 사례가 마치 남의 나라 일처럼 요원하기만 하다.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당연히 없어지는 것이지만, 사실 우리 예능의 뿌리는 코미디라고 생각하는데 아쉽게도 저희 후배, 동료들이 이 자리에는 함께 하지 못했다. 제가 너무 오지랖 넓은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무대가 필요한 많은 후배들에게 내년에는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대상을 받은 유재석의 수상소감이 유독 뼈아프게 들리는 이유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