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모바일게임 역사. '한국형 소셜게임, 자영업 게임 된 이유'

이덕규 기자

기사입력 2014-12-30 18:07


'붕어빵 타이쿤'부터 '아이러브 커피'까지…우리는 왜 소소한 경영게임을 좋아하는가.

'붕어빵 타이쿤', '룰더스카이' 그리고 최근 '아이러브 커피'까지, 한국형 소셜네트워크게임(SNG)들은 모바일게임 시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소셜게임들은 장르적 기반은 농장이나 기업, 도시를 운영하는 경영시뮬레이션에 있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인기장르인 소셜게임의 변천사를 알아보자.

전국시대 다이묘, '타이쿤' 게임의 원조

경영시뮬레이션 게임은 이미 1980년대 등장해 꽤 오랜 역사를 가진 장르다.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다. 1989년 등장한 '심시티'는 건설 시뮬레이션게임의 전설이 되었고, 천재 개발자 시드 마이어의 이름을 달고 등장한 '레일로드 타이쿤'은 경영 시뮬레이션 분야에 이정표를 세웠다. '레일로드 타이쿤' 이후 걸출한 경영 시뮬레이션게임들이 나왔고, 대부분 '타이쿤'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붙였다.


최고의 고전 경영 게임 '레일로드 타이쿤
여기서 '타이쿤(Tycoon)'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유래한 단어다. 한자로는 '大君'이라 쓰는 이 용어는 일본 전국시대 최고 권력자인 쇼군들이 자신을 칭할 때 쓰던 말이다. 19세기 말 일본의 개항과 함께 이 호칭이 서양으로 건너가 쇼군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인을 칭하는 단어가 됐다. 이것이 '레일로드 타이쿤'의 흥행과 함께 경영 시뮬레이션게임을 상징하는 용어로 쓰였다.

'레일로드 타이쿤' 이후 경영시뮬레이션의 계보는 '트랜스포트 타이쿤'과 '롤러코스터 타이쿤'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너무 많은 타이쿤 시리즈의 남발로 90년대 말부터 타이쿤 게임은 유저의 외면을 받았다. 일부 마니아층만 열광할 뿐, 초창기 게임들처럼 세계적인 히트작은 나오지 못했다.

한국에 정착한 타이쿤 게임, 모바일과 만나다

한물간 장르로 취급받던 타이쿤 게임은 한국에 넘어오면서 다시 한 번 부활했다. 2000년대 초반 피처폰 시절, 컴투스는 '붕어빵 타이쿤'으로 대성공을 거둔다. '붕어빵 타이쿤'은 '타이쿤'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경영 게임이라기보다는 타이밍에 맞춰 붕어빵을 뒤집는 액션 게임에 가까웠다. 당시 열악한 피처폰 환경상 경영 시뮬레이션의 복잡한 데이터를 담기에는 불가능했다. 고육지책, 단순한 액션 위주의 게임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름 그대로 제목만 '타이쿤'인 게임이었다.


하지만 '붕어빵 타이쿤'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90년대 초 미국의 '레일로드 타이쿤'처럼,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도 '타이쿤'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붕어빵 타이쿤'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래도 경영시뮬레이션 요소를 비슷하게라도 구현하려는 게임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 시기 의미 있는 게임이 앱플러스의 목장 경영게임 '짜요짜요타이쿤'이다. 이 게임은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액션요소를 줄이고 경영시뮬레이션의 요소를 강화했다. 쉬운 방식에 깊이 있는 게임성이 조화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게임은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동명의 아동용 서적이 나왔을 정도니, 그 인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짜요짜요 타이쿤'은 실질적인 한국형 소셜게임의 원형을 제시했다.

스마트폰 시대, '타이쿤'과 '소셜'이 만나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피처폰 시대가 끝났다. 그리고 강력한 성능을 갖춘 스마트폰 광풍이 몰아쳤다. 모바일게임 시장을 주름잡던 '타이쿤' 게임은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흔히 말하는 '소셜 게임'으로의 진화다. 최초의 소셜게임은 싸이월드나 페이스북 같은 SNS 플랫폼에서 제공된 웹게임에서 출발했다. 한때 전 세계 게임시장을 쥐락펴락한 징가의 '팜빌'이 대표적인 소셜게임이다.

한국형 타이쿤 게임은 스마트폰의 소셜 네트워크 기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친구와 상호작용을 통해 게임을 진행한다는 본질적인 면에 있어, 경쟁보다는 협동의 가치에 더 큰 무게를 두었다. 강력한 네트워크 기능에 기존 타이쿤 게임의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경영요소를 조합해 한국 특유의 소셜 게임이 만들어졌다.


JCE의 '룰 더 스카
자영업 게임으로 정착한 한국형 소셜게임

처음 대박을 터트린 한국형 소셜게임은 JCE의 '룰 더 스카이'다. 공중에 떠 있는 자신만의 섬을 가꾼다는 컨셉의 '룰 더 스카이'는 2011년 런칭 이후 1년도 안 되어 일일 접속자 수 30만 명을 달성했다. 1년 가까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순위 1위를 굳게 지켰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회사들도 스마트폰 게임시장에 뛰어들었다. 컴투스는 2011년 '타이니팜'을 출시해 농장게임 붐을 일으켰다. 여기에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특이한 소재의 소셜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외국산 소셜게임은 주로 농장을 경영하거나 도시를 구축하는 등 건설과 경영 요소에 무게를 두었다. '룰 더 스카이'나 '타이니팜' 같은 게임도 농장이나 목장을 소재로 한 게임이다.

스마트폰 이용자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소셜게임의 양상도 변했다. 오랜시간 예산을 짜고 전략을 세우던 하드코어 게이머보다는, 생각 날 때 잠깐 접속해 자신의 농장이나 카페를 가꾸는 라이트 게이머들이 게임의 주류가 되었다. 경제 불황의 영향인지, 이들이 선호하는 소재 또한 기업이나 농장 등의 거창한 사업이 아닌, 카페나 레스토랑 같은 낭만적인(?) 자영업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파티게임즈의 '아이러브 커피'는 이용자들의 달라진 취향을 절묘하게 파고든 게임이다. 자영업을 소재로 한 본격적인 한국형 소셜게임의 모습을 갖춘것이다. '아이러브 커피'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카페 자영업 붐을 타고, 여성층에게 전폭적인 인기를 얻었다. 게임방식도 좀 더 가볍게 바뀌었다.

정통 경영시뮬레이션의 까다로운 예산관리나 재무 같은 요소를 빼고 인테리어, 캐릭터 꾸미기 등 여성위주의 쉽고 간단한 게임방식을 채택했다. '아이러브 커피'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서비스 1년 만에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하며 애니팡과 함께 국민게임의 반열에 올랐다. '아이러브 커피' 이후 레스토랑(아이러브 파스타, 두근두근 레스토랑), 편의점(와라! 편의점), 분식집(국대떡볶이) 등 다양한 자영업 소재의 소셜게임들이 대세를 이루었다.

한국형 소셜게임의 한계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레일로드 타이쿤' 이후, 먼 후손이라 할 수 있는 지금의 소셜 게임까지 20년 정도가 흘렀다. 한 국가를 배경으로 국책사업을 벌이던 '레일로드 타이쿤'에서, 놀이공원을 경영하는 '롤러코스터 타이쿤', 이제는 카페, 음식점을 경영하는 자영업 게임까지 다양한 형태로 세분화 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모바일 소셜 경영게임은 한계도 있다. 형식이 완전히 고정되었다는 점이다. 이름만 다르고 똑같은 방식의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게이머는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 계열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 할 수 있는 '아이러브커피'부터 그렇다. 후속작 '아이러스 파스타' 전작보다 반응이 신통찮았다. 카페에서 레스토랑으로 가게 종류만 달라졌을 뿐 똑같은 게임방식 때문에 식상하다는 평가다.


파티게임즈의 아이러브 커피. 우리 시대 청년들의 로망은 거대 기업의 총수도 아니요, 대형 농장의 주인도 아니요, 조그마한 자기 점포를 가진 사장님인가?
[김경래 게임어바웃 기자 gabriel@gameabou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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