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엿보기] '강남1970'-'국제시장' 충무로 현대史에 주목하다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4-12-30 07:33



충무로가 현대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변호인'이 1100만 관객을 모으고 '제 35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데 이어 여러 작품들이 대한민국의 굴곡진 현대사를 그리며 관객들의 호응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7일 개봉한 '국제시장'은 지난 28일까지 428만1705명의 관객을 모으며 인기 몰이 중이다. 특히 중장년층의 영화팬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벌써부터 '1000만을 돌파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국제시장'은 꿈이 있었지만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 없는 덕수(황정민)를 통해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1950년 한국전쟁 중 흥남철수부터 60~7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독일 탄광과 베트남전까지 등장하며 당시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이 작품은 재미적인 면 뿐만 아니라 실제 사건들을 주인공 덕수의 눈을 통해 깔끔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독일 함보른 광산에서 일하던 한국인 광부와 파독 간호사, 그리고 베트남전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외화벌이에 나선 파병 한국인 등 당시 한국 현대사를 리얼하게 그려냈다.

한국전쟁 후 "초콜레또 기브 미"라고 외치던 아이들, 70년대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꼼짝없이 국민의례를 해야 했던 상황, 가수 활동을 중단하고 월남전에 참전했던 가수 남진의 모습, 80년대 이산가족 찾기 등 재미와 감동을 현실과 적당히 버무렸다.



김래원 이민호 주연으로 내년 1월 21일 개봉하는 영화 '강남 1970'은 제목 그대로 1970년대 강남 개발의 실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를 통해 현대사를 의미있게 그렸던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편인 '강남 1970'은 개발이 시작되기 직전 허허벌판의 강남도 그려냈다.

지금은 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바퀴 세 개짜리 삼륜차, 당시 최고급이던 볼보 자가용 등 다시 한번 복고 열풍을 일으킬 추억의 소품들이 대거 등장,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이외에도 70년대 사회를 뒤흔들었던 춤바람 열풍을 불러온 캬바레 문화는 영화 속 '봉봉캬바레'로 재탄생해 눈길을 끈다. 시장 바구니를 일렬로 세우고 제비들과 춤추기 여념 없는 여성들은 당시 자유를 꿈꿨던 풍토를 그대로 보여주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유하 감독은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라는 책에서 대선 자금을 만들기 위해 권력층에서 강남 개발을 하게 됐다라는 구절을 봤다"며 최하층인 넝마주이와 부를 움켜쥔 권력층, 극과극이 공존했던 70년대 강남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을 밝힌 바 있다. 땅으로 일확천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유일한 시대였던 당시를 사실적으로 녹여낸 '강남 1970'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얼핏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는 시대의 사극보다, 기록이 많은 시대극을 만들기 더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극은 당시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철저한 고증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차가운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변호인'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내용 뿐 아니라 당시 시대의 모습을 제대로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 '국제시장'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하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 등을 통해 당시를 재현해본 경험이 있어 '강남 1970'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한 영화 관계자는 충무로가 현대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에 대해 "새로운 소재를 찾는 영화인들에게 현대사는 매력적인 소재임에 틀림없다"며 "그동안은 정치적 사회적인 문제로 인해 재조명에 부담을 느낄수 있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현재 시점에서 조심스러운 시도가 가능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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