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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가 현대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변호인'이 1100만 관객을 모으고 '제 35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데 이어 여러 작품들이 대한민국의 굴곡진 현대사를 그리며 관객들의 호응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전쟁 후 "초콜레또 기브 미"라고 외치던 아이들, 70년대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꼼짝없이 국민의례를 해야 했던 상황, 가수 활동을 중단하고 월남전에 참전했던 가수 남진의 모습, 80년대 이산가족 찾기 등 재미와 감동을 현실과 적당히 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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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감독은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라는 책에서 대선 자금을 만들기 위해 권력층에서 강남 개발을 하게 됐다라는 구절을 봤다"며 최하층인 넝마주이와 부를 움켜쥔 권력층, 극과극이 공존했던 70년대 강남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을 밝힌 바 있다. 땅으로 일확천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유일한 시대였던 당시를 사실적으로 녹여낸 '강남 1970'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얼핏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는 시대의 사극보다, 기록이 많은 시대극을 만들기 더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극은 당시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철저한 고증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차가운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변호인'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내용 뿐 아니라 당시 시대의 모습을 제대로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 '국제시장'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하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 등을 통해 당시를 재현해본 경험이 있어 '강남 1970'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한 영화 관계자는 충무로가 현대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에 대해 "새로운 소재를 찾는 영화인들에게 현대사는 매력적인 소재임에 틀림없다"며 "그동안은 정치적 사회적인 문제로 인해 재조명에 부담을 느낄수 있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현재 시점에서 조심스러운 시도가 가능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