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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최고의 핫가이' 임시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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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미생'은 방송 시작과 동시에 '직장인의 삶과 애환을 현실보다 더 리얼하게 그려냈다'는 극찬을 받으며 마지막 방송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중심에 선 장그래는 바둑만 바라보고 살다 프로입단에 실패한 뒤 낙하산으로 종합상사에 입사, 가방끈 짧고 스펙도 없다는 이유로 동료들에게 왕따 당하고, 직장 상사에게 무시당하는 등 갖은 고난을 이겨내고 잠재력을 펼쳐보이는 캐릭터. 수많은 사회초년생들은 임시완의 모습에 함께 울고 웃었다. 임시완은 "극 초반에는 현실의 내가 진짜 장그래와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장그래이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시청자들을 발견했다. 절대 다수의 시청자들이 장그래였기 때문에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내가 장그래'라고 말하는 게 실제 장그래인 모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현실적으로 달려오던 '미생'. 하지만 결말은 판타지에 가까웠다. 영어 한 마디 못하던 장그래가 해외에서 산업 스파이에게 자백을 받아내고, 차에 치이고도 벌떡 일어나는 추격신을 벌이던 장면. '장그래 슈퍼맨설' 등 다소 아쉬운 평가도 받았던 부분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임시완은 "요르단 부분은 '미생'이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판타지적 선물이라 생각한다. 극중 가장 비현실적이고 드라마적인 부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부분들이 비주얼적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측면도 있지 않을까. 대리만족. 정말 현실적으로 힘들고 처절하고 안타까웠던 장그래라는 친구가 현실에서 벗어나 멋있어지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부분은 여러분에게 드리는 특별한 선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촬영 당시 비현실적으로 멋진 부분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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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최고다. 하지만 임시완의 연예계 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2009년 제국의아이들로 데뷔했지만 정상을 차지한 적은 없다. 또 데뷔 초반에는 예능감이 출중한 황광희나 운동신경이 남다른 김동준 등 다른 멤버들의 활약이 더 두드러졌던 게 사실이다. 부산대 공대 출신의 '엄친아'라는 타이틀 정도가 붙었을 뿐이다. 이런 경험은 장그래 캐릭터에 녹아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임시완은 "나도 프로의 세계에 입문하면서 바둑으로 치자면 필요하지 않은 돌,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그런 존재의 사람이란 인식을 했다. 이 연예계 생활에서 내가 있어도 되는지 그런 의문을 갖게된 적도 있다. 초반에 가수로, 제국의아이들로 데뷔했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랬던 그가 연기를 시작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첫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안정된 연기력과 발성, 빼어난 비주얼로 시청자의 심장을 강타한 것. 이후 KBS2 '적도의 남자', MBC '스탠바이'를 거쳐 영화 '변호인'으로 스크린에 진출했고 동시에 '미생'으로 '연기돌 수식어가 필요없는 배우'라는 극찬을 받으며 충무로와 브라운관에서 가장 핫한 젊은 배우로 떠올랐다. 임시완은 "연습생활을 하면서 '죽을만큼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적 있다. 하지만 여느 사회 생활이 그렇듯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가장 힘든 것 같다. 연습생 때도, 가수 활동을 했을 때도 '다시 전공을 살려 직장으로 돌아갈까' 하는 고민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자신이 없다. 그래서 지금은 주어진 이 상황에 감사하고 열심히 살도록 하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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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올해만 같았으면…
2014년은 명실상부 '임시완의 해'였다. '미생'의 대박 행진과 더불어 스크린 데뷔작 '변호인'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인기와 연기력이 인정받으며 2014년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 인기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누구든 임시완의 이름 석자를 기억할 수밖에 없게된 것. 그러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겸손하다. "'미생'을 하게 되면서 내가 인정받았다는 느낌 보다는 내 연기 밑천이 드러나게 되는 그런 작품이란 생각을 했다. 극의 중·후반 부터는 더더욱 시간에 쫓기다 보니 연기 밑천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아둥바둥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내 한계를 느꼈다. 처음엔 '즐기면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단순하게 다가가선 안될 작품이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가야할 부분이 더 많구나,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역시나 미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2014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한 임시완. 그에게 2015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이미 각종 CF, 드라마, 영화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핫스타'의 2015년은 좀 더 특별해 지지 않을까. 그는 "나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새로운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것들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 지금까지의 과분한 선물들이 내가 어떤 큰 욕심을 부려서 받은 게 아니듯 앞으로 내게 다가오는 일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수긍하고 묵묵히 열심히 하겠다. 2015년도 2014년만 같았으면 좋겠다. 별다른 의미 없이 흘러가듯, 잘,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