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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이 떠나고 '미생물'이 찾아온다. 최근 화제 속에 종영한 tvN 드라마 '미생'을 패러디한 신년특별기획 2부작 드라마 '미생물'. 방영까지는 열흘이 남았지만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미생물' 기획의 핵심은 원작 싱크로율과 원작 비틀기. 백 PD는 "원작을 흠집 내면 안 되기 때문에 패러디에 적합한 인물이 없으면 제작을 안 하려 했다"며 "과거 'SNL코리아'에서 만났던 장수원이 장그래를 연기하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백 PD는 장수원을 떠올리자마자 곧바로 섭외 전화를 했고, 돌아온 답은 단번에 '오케이'. 12월 1일 처음으로 '미생' 패러디 아이디어가 나왔고, 5일엔 '미생물' 극본을 쓸 작가들을 소집했다. 8일엔 포스터 촬영, 17일에 촬영 시작, 그리고 6일간 밤을 꼬박 새워서 22일 모든 촬영을 마쳤다. 내년 1월 2일 첫 방송까지 제작에 걸린 시간은 불과 한 달. 그야말로 일사천리다.
'미생'에서 프로 바둑기사를 꿈꿨던 장그래는 '미생물'에서 10년간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한 장그래로 수정됐다. 처음엔 아이돌 가수의 사회 적응기를 그리려 했으나 실제 아이돌 가수로서 정점을 찍었던 젝스키스 장수원과 헷갈릴 수 있다는 생각에 연습생으로 신분을 바꿨다.
20일 '미생' 마지막회가 끝난 직후 공개된 '미생물' 예고편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미생'의 명대사인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를 나즈막히 읊조리다 뒤를 돌아본 장수원은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라며 특유의 '로봇연기'를 선보여 폭소를 자아낸다. 헐렁한 양복과 축 처진 어깨도 '미생' 장그래와 판박이다.
최근 KBS2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장수원은 '미생물'과 관련해 "감독이 작품은 봐도 연기 분석은 하지말고, 발전된 연기를 위한 노력도 하지말라고 하더라"면서 "요즘에 내 연기가 늘었다면서 실망한 사람도 있다"고 말해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백 PD는 장수원의 연기에 대해 "한마디로 메소드 연기"라고 평가하며 "장수원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촬영하는 동안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장수원 또한 '초심을 잃지 않은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후문이다.
'미생물'은 원작 못지 않은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오상식 차장(이성민) 역에는 황현희, 안영이(강소라) 역에는 장도연, 장백기(강하늘) 역에는 황제성, 김동식 대리(김대명) 역에는 이진호, 한석율(변요한) 역에는 이용진이 캐스팅됐다. 이세영은 선차장(신은정) 역, 박나래는 철강팀 실무직 여사원 신다인(박진서) 역, 정성호는 최전무(이경영) 역을 맡았다. 여기에 원작 출연배우인 박대리(최귀화), 강대리(오민석), 하대리(전석호), 인턴사원 이상현(윤종훈)도 깜짝 출연한다.
'미생'은 '완생'으로 나아갔고, '미생물'은 '생물'을 꿈꾸고 있다. 백 PD는 "'미생' 장그래가 바둑에서 사회 생활의 지침을 얻듯 '미생물' 장그래도 위기가 닥칠 때마다 아이돌 연습생 시절을 떠올린다"며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이 하찮아 보여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거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그래의 이야기 속에 녹아 있는 장수원의 성장 드라마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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