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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차이 탓일까. 한국의 영화상. 그동안 지나치게 엄숙하고 딱딱했던 것이 사실. 마치 영화인 파티를 보는듯한 유쾌함이 부러웠던 아카데미 시상식. 우리도 영화인과 관객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서의 영화상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지난 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 그동안 한국영화 시상식에서 보기 힘들었던 유쾌한 장면들이 연출돼 의외의 재미를 안겼다.
1부에서 한국영화의 미래를 이끌어 갈 어린 여배우 김새론과 김유정이 함께 진행한 '2014년 한국영화 참, 잘했어요' 코너도 신선했다. 김새론 김유정의 애교 넘치는 진행에 긴장했던 선배 후보들도 안면근육을 풀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청룡영화상은 지난해에도 갈소원 이레 두 아역 배우의 깜짝 귀요미 무대를 선보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시상자들의 재치 넘치는 진행도 '즐기는' 시상식 완성에 한 몫을 단단히 했다. 한국영화 최다관객상 시상자로 나선 최시원은 유창한 영어로 아우디 코리아 요그 디잇출 이사와 무대 뒤에서 호흡을 맞춘 뒤 세련된 진행 솜씨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외국인 시상자와의 하모니가 결코 쉽지 않지만 최시원은 특유의 센스와 자신감으로 시상 무대를 돋보이게 했다. 이성민 임시완 '미생' 커플의 시상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둘은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미생'의 컨셉트로 유쾌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스태프상(기술, 촬영조명, 편집 부문)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이성민은 요즘 사랑받는 커플이라는 소개에 "그동안 커플을 남자와 많이 했다. 항상 이선균과 커플이었는데 이제는 임시완"이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임시완이 그 기분을 묻자 "기분이 어떤 지는 네가 더 잘 알잖아. 그래, 안 그래? 장그래"라는 위트있는 말로 좌중을 웃겼다. 임시완도 가만 있지 않았다. 임시완은 "나는 좋다"면서도 "그래도 베스트커플상만은 영이씨(강소라)랑 받았으면 한다"고 속마음을 밝히며 긴장된 객석의 분위기를 녹였다.
몸살로 아픈 몸을 이끌고 시상식을 빛낸 박보영은 여진구와 함께 신인감독상 시상에 나서 "(여진구가) 성인이 된다면 꼭 함께 멜로를 찍고 싶다"며 자리에 앉은 영화 관계자들에 "부탁드린다"고 말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 2부 첫 시상인 스태프상(음악, 미술, 갱 부문) 시상을 위해 나선 염정아는 " "얼마 전 '카트'라는 작품을 했다. 우리 주변에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며 "내 주변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니 영화 스태프를 떠올리게 됐다. 감사함과 고마움 늘 잊지 않고 있다. 정말 오로지 작품 하나 잘 되는 것, 낮이든 밤이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지치지 않는 당신들의 열정을 존경합니다"라며 스태프에 대한 존경심을 전해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훈훈한 의미를 남겼다.
수상 후보들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자신의 수상 여부와 관계 없이 영화인의 한해를 마무리하는 축제로서 기꺼이 발걸음을 했고, 경쟁자들의 수상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노미네이트된 후보들은 단 2명을 제외하고 전원 참석해 축제의 장을 반짝반짝 빛냈다. 특히 '우아한 거짓말'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김희애는 같은 줄에 앉은 천우희가 수상자로 발표되는 순간 마치 자신이 상을 받은듯 뛸듯이 환호하는 모습으로 대인배 선배로서의 아름다운 모습을 선보였다. MC를 맡은 김혜수 역시 무대가 막을 내린 뒤에도 폭풍 눈물을 흘리고 있는 천우희를 꼭 안아주는 진심 어린 축하로 감동을 자아냈다.
지난 3월 열린 제86회 아카데미시상식은 진행자 엘렌 드제네레스가 주문하고 브래드 피트가 서빙한 피자 퍼포먼스와 브래들리 쿠퍼의 트위터 셀카로 큰 웃음과 화제를 모았다. 청룡영화상도 더 이상 딱딱한 시상식이 아닌 웃고 울고 즐기는 영화인의 축제 한마당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무대로 빛날 수 있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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