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무한도전'은 또 한번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노홍철의 음주운전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문제를 직시하고 과감하게 정면 돌파했다. 구구절절한 사과와 해명보다 훨씬 더 냉정한 자기반성이기도 했다.
결국 정준하까지 합류해 셋째 주 촬영이 이어졌다. 정준하와 서장훈의 막무가내 합동 공세로 정형돈, 박명수, 하하가 차례로 '유혹의 거인'에게 걸려들고 말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과 분위기에 휩쓸려 술잔을 들기는 했으나, 술자리에 나오기를 꺼려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단발성 기획이 뜻밖에 3주짜리 장기 프로젝트로 커진 것도 바로 촬영 전날 금주를 철칙처럼 지키려는 멤버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촬영을 위해 술을 마시지 않으려는 멤버들의 노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무한도전'이 노홍철의 음주운전 논란에 대해 얼마나 책임감 있게 대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유혹의 거인'에게 넘어간 박명수는 제작진을 향해 "이런 몰래 카메라 하지 마라. 음주를 감시하지 말고 음주 후 뭘 타는지 봐야 되는 것 아니냐. 2700만 애주가들한테 혼나봐야 정신차리냐"고 말했다. 음주가 문제가 아니라 음주 후에 운전을 하는 것이 진짜 문제라는 핵심을 찌른 박명수의 호통 개그는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함께 생각할거리를 던졌다. 그래서 '무한도전'의 화통하고 솔직한 자기반성으로 비춰졌다.
'무한도전'은 위기 상황에서 항상 정공법을 택했다. 그때마다 시청자들의 더 큰 응원과 격려가 쏟아졌다. 이번 '유혹의 거인' 또한 마찬가지. 위기를 넘어서는 '무한도전'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날 시청자들은 올해 '무한도전'이 선보인 모든 특집 중에서 두번째로 높은 시청률(14.6%)로 화답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