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무한도전', 정공법 또 통했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12-15 05:47


사진캡처=MBC

MBC '무한도전'은 또 한번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노홍철의 음주운전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문제를 직시하고 과감하게 정면 돌파했다. 구구절절한 사과와 해명보다 훨씬 더 냉정한 자기반성이기도 했다.

'무한도전'은 13일 게스트 서장훈과 함께 '유혹의 거인' 특집을 마련했다. 녹화 전날 술을 마시지 않기로 약속한 멤버들을 테스트 하기 위해 제작진이 몰래 준비한 프로젝트. 불미스러운 사건마저 웃음의 소재로 승화시키는 '무한도전'식 기획력이 돋보이는 방송이었다.

제작진과 유재석의 부탁을 받은 서장훈은 수요일 밤마다 멤버들을 술집으로 불러냈다. 그러나 첫째 주엔 전원 실패. 새벽 6시 녹화 집결을 위해 멤버들은 모두 술자리를 거부했다. 둘째 주에는 정준하가 서장훈의 전화를 받고 술자리에 나왔지만, 끝까지 술잔을 입에 대지 않았다.

결국 정준하까지 합류해 셋째 주 촬영이 이어졌다. 정준하와 서장훈의 막무가내 합동 공세로 정형돈, 박명수, 하하가 차례로 '유혹의 거인'에게 걸려들고 말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과 분위기에 휩쓸려 술잔을 들기는 했으나, 술자리에 나오기를 꺼려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단발성 기획이 뜻밖에 3주짜리 장기 프로젝트로 커진 것도 바로 촬영 전날 금주를 철칙처럼 지키려는 멤버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촬영을 위해 술을 마시지 않으려는 멤버들의 노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무한도전'이 노홍철의 음주운전 논란에 대해 얼마나 책임감 있게 대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방송 초반부에 '유혹의 거인' 특집의 취지를 설명하는 유재석의 돌직구 멘트도 시청자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유재석은 "최근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하차를 했다.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멤버들은 녹화 전날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고, 이를 점검하기 위해 유혹의 거인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잘못을 다시 들추어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하지만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 냉철한 현실 진단이 있었기에 이날 방송은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또한 유재석이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 김상중을 패러디한 것도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에 위트를 가미한 '한 수'였다.

'유혹의 거인'에게 넘어간 박명수는 제작진을 향해 "이런 몰래 카메라 하지 마라. 음주를 감시하지 말고 음주 후 뭘 타는지 봐야 되는 것 아니냐. 2700만 애주가들한테 혼나봐야 정신차리냐"고 말했다. 음주가 문제가 아니라 음주 후에 운전을 하는 것이 진짜 문제라는 핵심을 찌른 박명수의 호통 개그는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함께 생각할거리를 던졌다. 그래서 '무한도전'의 화통하고 솔직한 자기반성으로 비춰졌다.

'무한도전'은 위기 상황에서 항상 정공법을 택했다. 그때마다 시청자들의 더 큰 응원과 격려가 쏟아졌다. 이번 '유혹의 거인' 또한 마찬가지. 위기를 넘어서는 '무한도전'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날 시청자들은 올해 '무한도전'이 선보인 모든 특집 중에서 두번째로 높은 시청률(14.6%)로 화답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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