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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요 관계자들을 만나면 빠지지 않은 얘기가 걸그룹 EXID(이엑스아이디)의 '차트 역주행'(시간이 지나면 차트에서 순위가 떨어지는 것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순위가 올라가는 현상)이다.
하니는 이 날 검은색 핫 팬츠에 몸에 쫙 붙는 민소매 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라 3분여 동안 '위아래' 안무를 열정적으로 소화했다.
'직캠'(팬이 직접 촬영한 영상)으로 시작된 EXID에 대한 관심은 여의도 방송가까지 이어져 활동 중단 3개월 만에 음악방송 출연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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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가요 기획사들은 앨범이 나오기 전부터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티저 영상과 앨범 커버 이미지 등을 공개하며 홍보를 시작한다. 이어 음반이 나오면 부지런히 음악 방송에 출연, 노래와 춤을 알린다. 최근에는 안무 연습 영상과 뮤직비디오 촬영장 비하인드 컷 등을 추가로 공개하며 대중의 관심을 붙들기도 한다. 여기에 힘있는 기획사의 경우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시켜 무대에서와는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노래의 인기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린다.
이 모든 과정은 '신곡 홍보의 교과서'라 불릴 정도로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하지만 최근 EXID의 성공 사례는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한 홍보 방법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우선 거액이 들어가는 뮤직비디오 촬영이 꼭 필요하느냐는 회의론이 번지고 있다. EXID도 '위아래'를 발표했을 당시 3000만원 가까이 들여 뮤직비디오를 찍었지만 정작 가장 큰 홍보 효과는 객석의 관객이 찍은 직캠에 비할바 아니었다.
그나마 EXID의 '위아래' 뮤직비디오는 10일 오후 3시 현재, 유튜브 조회수가 296만5371건으로 하니의 직캠 조회수 334만7345건과 40만건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지만 다른 걸그룹들은 수 천만원이 들어간 뮤직비디오가 그저 연습실에서 직원이 찍은 안무 연습 영상 조회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 가요 관계자는 "앞으로는 뮤직비디오는 정말 형식적으로 최소 비용으로 찍는게 맞는거 같다. 대신 컴백 과정의 여러 장면을 담아 SNS나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는게 오히려 홍보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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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관계자들의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당사자인 EXID 측은 오히려 기본을 강조했다.
EXID의 소속사인 예당엔터테인먼트의 전승휘 대표는 "우리가 갑작스럽게 인기를 얻은 것은 맞지만 그건 전적으로 노래가 좋았기 때문이다. 직캠 영상으로 인기란 문을 열었지만 그 문이 계속 열려있게 받쳐준 것은 결국 '위아래'란 노래가 대중의 귀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직캠이 새로운 홍보수단으로 주목을 받으며 이와 비슷한 영상을 따라서 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이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며 "결국 대중이 EXID의 영상에 관심을 보인 것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진정성이 읽혀졌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