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엿보기] 막 내린 KBS-MBC 단막극,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12-09 08:28


사진제공=MBC

KBS와 MBC의 단막극 시리즈가 7일 방송을 끝으로 나란히 2014 시즌을 마감했다.

KBS 드라마 스페셜은 지난 1월 26일 '카레의 맛'을 시작으로 1년간 총 27편의 단막극을 선보였다. 7일 방송된 마지막편 '운동화를 신은 신부'는 결혼식에서 도망친 예비 신랑을 찾는 신부와 그 신부를 지하철에서 만나게 된 웹툰 작가의 좌충우돌 하룻밤을 섬세하게 그려내 호평받았다.

지난해 드라마 페스티벌이란 타이틀로 단막극을 부활시킨 MBC도 올해 10편의 단막극을 방영했다. 이종혁 주연의 '터닝 포인트', 강혜정·변희봉의 '내 인생의 혹', 장혁·장나라의 '오래된 안녕', 김슬기·오상진의 '원녀일기' 등이 차례로 전파를 탔고, 7일 밤 마지막 이야기 '가봉'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KBS와 MBC의 단막극은 평균 2~3%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KBS에선 지난 2월 23일 방송된, 김C·우희진 주연의 '들었다 놨다'가 시청률 5.1%로 가장 높았고, MBC에선 추석특집극으로 방영된 '내 인생의 혹'이 시청률 4.7%로 가장 성적이 좋았다. 평일 프라임 시간대에 방송되는 미니시리즈도 최저시청률 4~5% 수준에 불과한 현실을 고려하면, 일요일 밤 12시를 넘긴 심야 시간대에서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단막극은 시청률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MBC는 드라마 페스티벌을 통해 장준호, 정지인, 김지현 PD 등 걸출한 신진 연출자들을 발굴했고, 김슬기, 임주환, 이원근, 윤현민 등 신인 배우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KBS는 올해 여느 방송사도 하지 못했던 웹드라마에 도전해 화제를 모았다. KBS가 방영한 웹드라마 '간서치열전'은 색다른 소재와 복합 장르를 솜씨 있게 버무려내 작품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단막극의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다. 경제성 때문이다. 꾸준한 시청률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불리한 편성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광고 수익률이 저하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KBS는 수익성이 낮은 단막극의 폐지를 검토하다가 PD들과 시청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MBC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제작지원을 받아 2년간 드라마 페스티벌을 제작했지만, 내년에 제작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 사실상 단막극 제작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받은 제작지원금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막극의 편당 제작비는 1억 4000만원 수준. 일반 미니시리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제작비가 부족하다 보니 제작진은 프리 프러덕션을 완벽하게 해서 실제 촬영 기간을 최소로 줄인다. '가봉'의 장준호 PD는 '호텔킹'을 연출하는 틈틈이 단막극을 준비해 왔고, '원녀일기'의 김지현 PD는 직접 대본까지 썼다. 배우들도 단막극의 취지에 공감해 몸값을 낮추고, 친분이 있는 연출자의 작품에 기꺼이 참여했다. 장혁과 장나라는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함께 했던 연출자 김희원 PD와의 인연으로 단막극 '오래된 안녕'에 출연했고, 정준호와 전수경도 '마마'의 공동연출자 김지현 PD의 연출작 '원녀일기'에 카메오 출연했다. 그동안 제작진과 배우의 양보와 희생으로 단막극이 유지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막극의 존재 가치는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인작가, 연출자, 신인배우의 등용문이 되고, 색다른 소재와 장르를 실험해볼 수 있는 도전의 장이 된다. MBC '오만과 편견'의 이현주 작가, KBS2' 비밀'의 유보라 작가, '감격시대'의 채승대 작가, '굿 닥터'의 박재범 작가도 단막극을 통해 데뷔했다. 때문에 단막극 제작을 일종의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MBC 드라마 페스티벌의 한 관계자는 "단막극이지만 한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도맡아서 준비하고 연출하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며 "단막극이 방송국 입장에선 적자를 내는 콘텐츠이겠지만 드라마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자양분이 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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