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주인공? 독특한 시선 vs 화려한 성적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4-12-08 08:12



2014년 영화계는 충무로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예 감독들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날카로운 감각을 내세운 '마이너파'부터 화려한 스타 마케팅과 촘촘한 스토리로 승부수를 던진 '메이저파'까지 톡톡 튀는 다양한 신진 세력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풍성한 샛별들이 등장했던 지난 1년. 2014년 청룡의 선택을 받는 단 한명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청룡이 주목한 '메이저파'는 '공범' 국동석 감독, '해무' 심성보 감독, '변호인' 양우석 감독이다. 먼저 국동석 감독은 '그놈 목소리'(2007), '내 사랑 내 곁에'(2009) 등의 조연출로 활약하다 2013년 '공범'을 상업 영화 데뷔작으로 내세웠다. '공범'은 15년 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고 한채진 군의 유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아빠를 의심하게 된 딸 다은(손예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아빠를 잔인한 아동 살해범 용의자로 의심하게 된 딸, 의심에서 시작된 비극을 맞이하는 부녀의 심리전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 호평 받았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모두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군림하고 있는 손예진과 김갑수의 연기 맞대결 역시 탁월한 볼거리였다. 작품은 176만 6285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했다.


심성보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화려하게 데뷔, 영화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 '살인의 추억' 갱을 공동집필해 이름을 알렸던 심성보 감독의 첫 연출작을 봉준호 감독이 제작자로 나서 힘을 모은 것. 김윤석 박유천 한예리 이희준 등 멀티 스타캐스팅에 100억 원대 제작비 투입 등 스케일이 알려지며 지난 여름 성수기 기대작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작품은 '명량', '해적:바다로 간 산적', '군도' 등과의 접전 속에 147만 4981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기대치에는 살짝 못 미친 성적. 하지만 심성보 감독은 묘한 여운이 남는 갱과 연출로 신예 감독으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변호인' 양우석 감독은 데뷔와 동시에 메가히트를 기록한 기대주다. '천의 얼굴' 송강호와 '핫가이' 임시완(제국의아이들)을 캐스팅해 고(故) 노무현 대통령에 얽힌 실화를 모티브로 한 스토리로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변호인'은 예상을 뛰어넘는 1137만 5944명의 누적관객수로 양 감독에게 첫 술에 '1000만 영화 감독'이란 타이틀을 안겼다. 1000만 관객을 웃고 울린 신예 감독 대한 청룡의 관심은 당연지사.


신예 감독의 능력을 단지 스케일이나 흥행 성적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청룡은 대단한 흥행 성적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톡톡튀는 작품을 내놓은 두 명의 감독, 바로 우문기 감독과 이수진 감독에게도 시선을 돌렸다.

우문기 감독의 '족구왕'(누적관객수 4만 5312명)은 굳이 따지자면 청춘 영화다. 복학생 만섭(안재홍)의 고군분투 족구 스토리를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이게 그려냈다. 하지만 그 안에 꿈과 희망 따위는 잊은채 '취업 뽀개기'에 혈안돼 있는 이 시대 청춘들의 자화상, 족구를 메인으로 한 스포츠 정신, 황당하게 웃겨대는 코믹한 설정 등을 균형있게 녹여냈다.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청춘물을 트렌디하면서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풀어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세계적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인정한 스토리텔러 이수진 감독의 데뷔작 '한공주'(누적관객수 22만 4556명)는 밀양 성폭행 사건을 실화화한 작품. 17세 나이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 그 상처를 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한공주(천우희)의 몸부림을 섬세한 터치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제13회 마라케시 국제 영화제 금별상, 제43회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 타이거상, 제16회 프랑스 도빌 아시아 영화제 심사위원상 국제비평가상 관객상, 제28회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대상, 제34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갱상 등 세계 유수의 영화상을 수상한 쾌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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