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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스포츠조선 방송 연예팀에서는 케이블&종편 우수 프로그램을 선정해 자사 기자들과 타사 기자, 이밖에 방송 연예 전문가들을 포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각기 드라마 부문과 예능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 이 설문조사에서 각각 프로그램, 최우수 남녀, 남녀 신예 스타를 선정했다.
스포츠조선 방송연예팀 김겨울 백지은 김표향
한국에 에미상이 있었다면 올해의 최우수작품상은 tvN 드라마 '미생'이었을지 모른다. 케이블과 종편에서 방영된 작품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지상파까지 포함하더라도 '미생'은 최다 득표를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드라마 5편을 후보로 설문조사한 결과 '미생'은 전체 20표 중에 13표를 얻으며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다른 후보들보다 무려 3~4배 많은 표다.
'미생'은 드라마를 넘어 우리 사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의 빌딩숲 어딘가에서, 그 안의 사무실 어딘가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을 평범한 직장인들의 삶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사실적으로 그려내 호평받고 있다. 부서간의 실적 경쟁, 윗선 줄대기, 성차별과 성희롱 문제, 갑과 을의 관계 등 '미생'이 다룬 에피소드들은 언젠가 한번쯤 경험했을지 모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정규직 전환을 장담할 수 없는 2년 계약직 사원 장그래를 통해 불안한 미래를 버텨내고 있는 사회 초년생들의 서글픈 현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흔하디 흔한 러브라인이나 극적인 사건 없이도 '미생'이 충분히 재미있고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이 드라마가 마치 접착제라도 바른 듯 현실에 단단히 발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장그래, 오차장, 김대리, 천과장에 자신을 투영시키며 고단한 하루를 위로 받는다. '미생'은 실제 직장인들의 검증을 거쳐 사무 공간을 판박이처럼 재현해냈다. 숙취해소음료와 복사지, 믹스커피 같은 PPL마저 드라마의 설득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웹툰의 드라마화를 위한 촘촘한 설계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미생'의 작품상 최다 득표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생'의 뒤를 이어서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이 4표를 얻어 2위에 올랐다. '나쁜 녀석들'은 미친개라 불리는 형사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조직폭력배, 살인청부업자 등을 모아서 사회악을 처단하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액션 드라마다. 김상중과 박해진, 마동석, 조동혁 등 주연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력과 치밀한 전개, 그리고 탁월한 영상미로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이 드라마는 반 사전제작 방식으로 촬영을 진행해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3위는 JTBC '밀회'가 차지했다. 20표 중 3표를 얻었다. 스무살 나이차를 뛰어넘어 음악을 매개로 교감하는 두 남녀의 격정 멜로가 큰 화제를 모았다. '밀회'가 방송되는 월요일과 화요일을 '밀요일'이라 부르는 열혈 시청층도 생겨났다. 멜로에 대한 섬세한 표현은 물론이고, 사회 지도층의 위선과 허위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도 돋보였다. 드라마에서 소개된 클래식 음악은 음반으로 발매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