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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2014'에서 감지된 3가지 변화 키워드는?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4-12-01 05:59


'지스타 2014'에서 관람객들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이터널'을 즐기고 있는 모습.





올 한 해 한국 게임산업을 정리하고 향후의 게임 트렌드를 살필 수 있는 2014 대한민국 게임대상'과 '지스타 2014'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게임대상은 제정된지 19년만에 처음으로 모바일게임이 대상을 거머쥐며 모바일이 대세 장르임을 입증했다. 또 온라인게임 침체로 인해 최근 몇년간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별로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무용론까지 제기됐던 지스타였지만 적어도 올해는 달랐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대거 소개된데다, 확실한 트렌드의 변화가 감지되기도 했다. 이번 지스타에서 나타난 3가지 변화 키워드를 살펴본다.

모바일, 미래는 어떤 모습?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스는 단연 엔씨소프트였다. 지난 2011년 이후 3년만에 지스타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PC 온라인 플랫폼이 기본이면서도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서 연동되는 '리니지 이터널'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온라인과 모바일의 완전한 연동은 현재까지 MMORPG 장르에선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력이나 네트워크, 디바이스에서 여전히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엔씨소프트는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클라우드 서버가 높은 사양의 게임을 처리하기에, PC나 모바일 디바이스의 성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 한국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PvP(유저간 대결) 방식에 버금갈 정도의 AI(인공지능) 성능을 높이는 것도 핵심이다. 이는 넥슨지티가 개발중인 FPS게임 '서든어택2'에서도 주요 과제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지스타를 앞둔 프리미어 행사에서 "현재 모바일게임 생태계는 오픈마켓과 플랫폼, 퍼블리셔에 종속되는 소작농에 불과하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작심한듯 쓴소리를 했다. 만약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모바일 생태계는 앱스토어와 플랫폼의 종속을 탈피, 또 다른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다.

닮은 듯, 닮지 않은

성공한 전작의 IP를 계승한 게임이 대거 소개됐다. 하지만 흥행공식을 그대로 베낀 단순한 후속작이 아닌 확실한 차별점에 방점을 찍었다. 또 새롭게 도전하는 장르의 게임도 눈에 띄었다.


'리니지 이터널'은 '리니지' 시리즈의 DNA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액션 RPG로 탄생했다. 모바일 디바이스를 감안한 기능도 탑재됐다.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시리즈와 닮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향후 개발과정을 통해 또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기대된다. 엑스엘게임즈의 '문명 온라인'은 세계적인 히트작 '문명'의 온라인 버전으로, MMORPG에서 보기 힘든 '끝'을 강조하고 있어 온라인게임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는 비록 시연버전 없이 영상으로만 소개했지만 그동안 출시된 MMORPG의 집대성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엔도어즈 김태곤 사단이 만들고 있는 '광개토태왕'은 한국형 '클래시 오브 클랜'을 표방하고 있다. 한국 역사를 소재로 만든 모바일 RTS가 과연 글로벌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엔씨소프트의 '프로젝트 혼'은 한국에선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메카닉 병기 소재의 대작 게임이다. 가상현실 플랫폼인 오큘러스 리프트의 최신 제품이 이번 지스타에서 공개됐는데, 만약 이 디바이스가 대세 플랫폼이 될 경우 '프로젝트 혼'이 여기에 대응하는 최적의 게임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큰 기대를 모았다.

글로벌 진출은 필수

국내 게임시장은 성숙기로 평가된다. 2000년대는 온라인게임이 한해 두자릿수 성장하며 시장을 이끌었지만 매출 5조원대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고, 모바일게임 시장도 1조원대 매출을 넘어섰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은 더 이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글로벌 동시 출시, 유기적인 협업이 향후 한국 게임산업이 버텨낼 수 있는 근간이다.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글로벌 오픈마켓은 높은 수수료로 인해 원성이 높지만, 대신 국내 중소 기업들의 세계 진출에 상당한 교두보 역할을 해내고 있다. '낚시의 신', '서머너즈워', '다크어벤저2' 등 올해 출시된 모바일게임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히트작으로 떠오르면서 희망을 주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문명 온라인', '파이널판타지 14 온라인', '스카이사가' 등은 한국과 해외 게임사들의 유기적인 협업 관계를 잘 보여줬다. 온라인화에 강한 기술력을 잘 살리는 한편 글로벌 정서에 맞는 게임 개발을 위해 과감한 현지 투자가 핵심이다. BTB관을 찾은 유료 바이어도 1656명으로 지난해보다 18.5% 증가했고 전체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중소게임사가 참가한 한국콘텐츠진흥원 공동관에선 2600만달러의 수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시장은 작지만 까다로운 유저들의 눈높이로 게임을 평가하는 테스트베드로서의 최적지인데다, 우수한 개발력과 성공 전력을 가지고 있다. 영국과 독일이 정부 차원에서 한국 기업들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룩셈부르크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이 BTB에 공동관을 만들며 구애를 펼쳤다. 게임 전문가들은 "이제 완성된 게임의 수출뿐 아니라 인력과 자본의 글로벌적인 투자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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